[기업열전]덱트론-디지털TV의 샛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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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TV 분야 강소기업 덱트론은 세계 33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TV 기업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디지털TV 업체 덱트론(대표 오충기 http://www.decktron.com/)의 서울 강남 본사에는 최근 ‘비상경영 2006’이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원가 20% 절감’ ‘부실 채권 제로화’ ‘ERP 전사화’ 등 10대 실천 과제도 제시됐다. 오충기 사장은 아예 충북 오창공장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월요일에만 서울 본사로 출근한 지 벌써 두달이 다 돼 간다. 안병엽 기획실장은 “회사 전체가 제2 창업 열기로 이글거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소 디지털TV 선두 업체로 급성장한 덱트론이 다시 한번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 200% 성장을 계기로 본격적인 내실 경영에 나섰다. 커진 몸집을 단단한 근육으로 키워야 더 멀리 뛸 수 있다는 각오가 곳곳에 넘쳐난다.

 덱트론은 디지털TV 하나로 세계를 품은 중소기업이다. 지금까지 LCD와 PDP TV를 수출한 나라만 33개에 달한다. 아시아·유럽은 물론 아프리카·중동 등 덱트론의 TV가 들어가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지난 2002년 166억원이던 매출액은 2004년 배 가까이 늘어난 300억원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여기서 3배 이상 늘어난 982억원을 기록했다. 그것도 디지털TV 사업에 뛰어든 지 불과 2년여 만에 이룬 성과다.

 비결은 반 박자 빠른 스피드 경영, 불굴의 시장 개척 정신, 앞선 기술력 세 가지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95년 종업원 20명의 리모컨 컨트롤 개발 업체로 출발한 덱트론은 MP3플레이어 제조 업체에서 다시 디지털TV 업체로 탈바꿈했다.

 오 사장은 “작지만 강한 기업이 되려면 기민하게 변신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블루오션도 개척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뛰어난 기술력은 지난 2004년 산업자원부 ‘차세대 개인용 TV 개발 프로젝트’에 삼성전자, SBS 등과 주관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입증됐다. 중소 업체로는 처음으로 지상파 디지털 방송과 아날로그 방송, 위성 방송을 모두 수신할 수 있는 원보드 칩도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의 품질평가기관 PPRP로부터 삼성, LG, 소니와 동급인 별 4개를 획득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디자인 파워도 갖추고 있다.

 현재 LCD TV 5개, PDP TV 2개 등 디지털 TV 디자인 종류가 7개나 된다. 올해 3개를 더 개발해 웬만한 대기업과 겨룰 정도의 라인업도 갖출 작정이다. 디자인 하나를 개발할 때마다 금형비까지 수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색깔있는 제품’으로 승부를 걸자는 경영 철학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덱트론이 갑자기 ‘비상경영’을 선언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매출이 3배나 커졌지만,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영업 이익률은 오히려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을 때가 된 것이다.

 10대 실천 과제로 제시된 혁신 운동은 이미 시작됐다. 새로운 블루오션으로는 PID(일반정보단말기·Public Information Display)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병원, 공항 등 특수 시장을 겨냥한 PID는 마진율이 높아 영업 이익률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매출의 10% 정도를 이 시장에서 올린다는 목표도 세워놓았다.

 그렇다고 외형적 성장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덱트론은 5년 뒤 2010년에는 5000억원대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때쯤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TV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는 것이다.

 오 사장은 “올해도 90% 이상 성장한 1642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내실도 다져 몸집도 커지면서 뼈도 튼튼해지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덱트론 경쟁력

 매년 100∼200%의 고속 성장을 거듭한 덱트론의 무기는 ‘스피드 경영’과 ‘높은 생산성’에 있다.

 경쟁사를 압도하려면 반 박자 빨라야 한다는 것이 오충기 사장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오 사장은 틈만 나면 ‘스피드 경영’을 강조한다. 대기업이 담당자, 팀장, 이사, 상무 순으로 이어지는 의사 결정 구조에서 최종 결재까지 열흘 정도 시간이 걸린다면, 덱트론에서는 이미 그 시간이면 대리점에 상품이 진열돼야 한다.

 결재 서류가 사장의 책상 위에서 24시간 머무르지 못하는 것은 철칙이다. 미처 서류가 준비되지 않았으면 e메일로 선결재를 한다. 두 단계의 결재 라인도 허용하지 않는다.

 e메일 결재는 이미 생활화돼 있다. 오 사장이 최근 충북 오창에서 거의 살다시피하면서 서울 본사 직원들은 e메일을 메신저처럼 수시로 보낸다.

 덕분에 덱트론은 디지털 TV 시장에 뛰어든 지 불과 2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에 육박하는 중견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초 10여개국에 그쳤던 거래선도 1년 만에 33개로 늘어났다.

 덱트론은 생산성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덱트론 직원 110여명의 1인당 생산성은 매출액 기준으로 7억1200만원에 달했다. 이는 3억∼5억원대의 경쟁 업체보다 많게는 2배나 많은 수치다.

 조직의 유연성에 바탕을 둔 빠른 일처리가 생산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 외에도 덱트론은 차별화, 신뢰 경영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색깔있는 제품’ 생산을 위해 디자인 연구에 끊임없이 투자하는가 하면 ‘한번 바이어는 영원한 바이어’가 되도록 하는 끈질긴 설득과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같 은 강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개인이나 단체 투자가가 전환사채 등의 구매 문의를 해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끄는 사람들

 덱트론은 작지만 강한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 매출이 1000억원대에 달하지만 인력은 110여명에 불과하다. 특히 디지털 TV 연구개발과 생산, 영업 등에 인력이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스태프 인력의 경우 1인 다역을 하는 ‘멀티플레이어’가 적지 않다.

 덱트론을 설립한 오충기 사장(47)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경북 구미에서 국비 장학금을 주던 금오공고를 졸업한 뒤 하사관으로 복무하며 주경야독으로 영남대를 졸업했다. 특히 KEC(옛 한국전자)에 근무하며 브라운관TV 시절부터 TV 생산과 영업 분야를 두루 경험해 TV 사업에 대한 현실 감각을 익혔다. 2000년 중소기업 신지식인, 2001년 벤처기업인 등에 뽑히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덱트론 안살림을 맡고 있는 오호기 전무(50)는 영남대를 졸업하고 동양매직 자회사인 동양토탈에서 공장장과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동양토탈 시절 경험을 살려 관리뿐 아니라 생산까지 두루 총괄하고 있다.

 연구개발(R&D)를 주도하는 하경욱 연구소장(49)은 20년 넘게 TV 개발에만 매달려온 베테랑이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아남전자에서 21년간 TV를 개발하며 연구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SPle 고화질 구현 기술, 원 보드 칩 등 핵심 기술 개발을 주도했으며, 지금은 차세대 개인용(PNG) TV 개발을 이끌고 있다.

 유럽을 주활동 무대로 하는 덱트론의 해외 영업은 김병욱 상무(40)가 주도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에서 근무하다 덱트론으로 스카우트된 그는 지난해 덱트론의 매출이 3배나 급증하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일등공신이다.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현대종합상사 시절 영국 주재원으로 3년간 지내기도 했다. 현대종합상사에서는 덱트론, 디지탈디바이스 등 국내 중소 TV 업체 제품을 유럽 지역에 판매하는 역할을 맡았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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