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시장의 판세를 장악하고 있는 우리 IT 산업이 경쟁국인 미국·일본·독일 등의 강력한 협공을 당하고 있어 우리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IT 산업은 지난해에도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렸다. LCD TV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9조7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4분기에만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2.9% 성장한 것이다. LG필립스는 지난해 총매출 10조에 4분기에만 3조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 3340억원을 실현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9.2% 늘었다.
PDP TV 시장도 삼성SDI와 LG전자가 4 라인, A3 라인 등에 대형 사이즈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도 20% 이상 성장세를 각각 보였다. 그리고 전세계 PDP 관련 특허의 88%를 삼성과 LG가 보유하고 있다. 또 삼성SDI는 PDP, 2차 전지 및 차세대 유기EL 기술인 OLED 부문에 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반도체의 경우 이미 전세계 낸드 플래시 시장의 50%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차지하고 있고 양사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2% 와 30%를 성장 달성하는 쾌거를 올렸다. 하이닉스는 8분기 연속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질주하고 있는 우리 IT업계의 앞길에 강력한 복병이 나타났다.
우선 일본 정부가 하이닉스에 대해 일본의 엘피다(NEC, 히타치 합작사)와 마이크론재팬 보호용으로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도시바·소니·IBM이 기존 반도체 기술합작 계약기간을 5년 더 연장하기로 했으며, 히타치·도시바 등이 D램 반도체 연합전선을 구축, 프로세서 반도체 파운드리를 기획하고 있다.
인텔은 마이크론과 합작해 삼성·하이닉스가 독점하고 있는 낸드 플래시에 대응하는 대체기술인 노아 플래시를 개발중이며 인텔은 이와 별도로 업계 첫 45 나노 S램을 개발, 트랜지스터 10억개를 집적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이 같은 경쟁국 움직임에 대비해 우리나라도 삼성이 대만 LCD 1위 업체인 AUO사와 협력관계를 맺어 LCD 업계 주도권을 장악함은 물론 특허 분쟁을 해소하고 대만과 기술 연대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은 2007년쯤 소니와 3000억엔(2조5000억원)을 들여 두번째로 탕정에 LCD 합작 공장인 8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또 삼성은 IBM, 독일 인피니언 등과 반도체 신규 제조 기술을 개발하기로 협약했다.
영원한 승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선두라고 자만하고 안주하는 사이에 경쟁국은 빠른 속도로 호시탐탐 추월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지금 우리는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가 인구 100명당 25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반도체, 휴대폰, TFT LCD, 디지털 TV 온라인 게임 등 다수의 세계 1등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수년간 세계 경기 침체와 주요 정보 통신기기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 IT산업 생산이 2.3% 증가에 그쳤다. 더구나 반도체·휴대폰·LCD 세 품목 수출 비중이 70%를 차지하고 있어 특정 품목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IT산업의 대외 경쟁력은 상승하고 있으나 중간재 및 핵심 부품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원천 기술 부족 △취약한 IT 부품 소재 산업 △고급 IT 인력 부족 △첨단 산업 보호 등 법제도의 인프라가 미비한 상태다.
결론적으로 경쟁국이 조여 들어오는 우리 IT 산업에 대한 공세는 국내외 IT 인재의 적극적인 발굴, 원천기술 개발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폭적인 연구 개발비 지원, IT 중소부품 소재 산업 육성을 위한 범국가적인 무이자 금융 혜택 및 감면세 혜택 등을 통해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대기업에 대한 총액 출자제한 및 금산법 등 과감한 규제 혁파 그리고 첨단 IT산업에 대한 조세 감면대상을 대폭 확대해야만 우리 IT산업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이광수 제일윈텍 전무 0ks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