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
지난 주말 오락실용 아케이드게임 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 게임물제공업용 게임물 소위원회 위원 전원이 사퇴의사를 밝히는 사상 유례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7일 한 게임업체가 심의신청한 게임이 ‘영등위의 무원칙한 판정에 따라 이용불가 판정이 내려졌다’며 업체 관계자들이 심의장에 들어와 거칠게 항의한 사건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이날 이 업체는 심의에 불만을 표하며 심의 번복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심한 말싸움이 오가면서 예정된 심의가 연기되고 사태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소위원회 심의위원 전원이 ‘신변이 크게 위협받는 상태에서는 직책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며 사퇴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아케이드 게임 심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던 심의물량 적체가 더욱 심화될 지경에 처했다. 심의 신청 후 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석달 이상이 걸리는 정도였으나 심의위원이 사퇴할 경우 그야말로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결국 한 업체의 항의가 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파국으로 치닫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심의위원들의 사퇴의사 표현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은 아케이드게임 업체의 책임이 크다. 아무리 심의에 불만이 있더라도 그 절차는 법적으로 규정된 방법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문제가 된 업체는 영등위 심의위원들의 말 대로라면 ‘무력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무리하게 관철하려한 측면이 있다.
현재 사행성 문제로 아케이드게임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항의는 여론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아예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아케이드게임의 싹을 뽑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사행성을 근절하고 양성화 대책이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오히려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 발등을 찍는 행위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케이드게임 업체들은 무분별한 불만 표출이 스스로 목을 치는 부메랑이 되지 않도록 절차에 의거해 견해를 표명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들도 최악의 사태로 치닫지 않도록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 디지털문화부=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