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초부터 연말쯤에나 어울릴 듯한 용어인 ‘마무리’를 생각하는 것이 이상스럽게 보일 수 있다. 거창한 계획까지는 아니라도 소박한 바람을 나누는 것이 의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직업 특성상 다양한 부류의 사람과 만나는 일이 빈번하다. 며칠 한눈을 팔다가는 정리도 못한 명함이 책상 위에 쌓이기 십상이다. 명함을 교환하고 서로 인사를 하면서 사람과 관계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시작도 쉽지 않지만 그것을 제대로 유지하고 마무리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몇 해전의 일이다. 아주 유망한 아이템을 가진 중소업체를 알게 됐다. 홍보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회사지만, 시장이 열리기 전이라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그곳과 홍보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일정한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것은 처음 시작한 관계를 유지하고 제대로 마무리하는 일이었다.
누구나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는 긴장감을 갖고 열성적으로 업무를 하게 된다. 소위 ‘군기 들었다’라는 말처럼 대개의 경우 처음 모습이 나쁜 경우는 없다. 그러나 하루 이틀 근무하다 보면 자신이 회사에서 제일이라는 생각을 갖는 사람이 있다. 언젠가 이런 사람에게 당신의 경쟁 대상은 이곳이 아니라, 외부에 있다는 요지의 말을 건넨 적이 있다. 동굴 안에 갇힌 사람은 그 밖이 얼마나 넓고 큰지 알 수가 없다.
사표를 쓴 뒤에도 자신의 일을 입사 때처럼 성심을 갖고 하는 사람을 보기란 쉽지가 않다. 아무리 시작이 좋아도 마무리가 좋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시작도 좋고 마무리도 좋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시작은 좀 나빴지만, 마무리가 좋았다면 기뻐할 일이다. 정말 좋은 것은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는 자세다. 돈을 벌고, 권력을 쥐고, 지위가 오르면 변하는 게 당연하다고 해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사장 자신보다는 직원을 스타로 만들어 회사가 홍보가 되기를 원하는 CEO가 그런 사례다. 이런 것은 쉽지 않은 행동이다. 초심을 유지하는 것에 용기와 겸손이 필요한 것이 그래서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신년 초지만 시작보다 마무리를 생각한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주변에서 마무리가 더 좋은 경우를, 뒷모습이 더 아름다운 사람을 보고 싶다.
◇여진동 인스피알 실장 min0603@ins-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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