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
‘국회에는 국회의원이 없다.’
지난 10일 국회 과기정위 현장을 두고 나온 말이다. 상임위 첫날인 이날 과기정위엔 소속의원 20명 중 10명만이 자리를 채웠다. 이들 의원도 물론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어떤 의원은 나랏일이 바빠서, 또 어떤 의원은 지역구 관리, 또다른 의원은 개인적인 일이 이유였다.
이날 과기정위엔 3개의 단말기보조금 관련 의원입법안을 비롯, 다수의 법안이 상정될 예정이었다. 이 중 보조금 관련 법안은 3800만명이 넘는 국민(가입자)이 지대한 관심을 갖는 사안이다. 의원들도 이 때문에 정부안과는 달리 3개나 되는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해 놓은 상황이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무려 4개의 서로 다른 법안이 올라온 것이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어느 것 하나 상정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의원들의 머릿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20명의 상임위 의원 중 절반 이상이 불참,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자신들이 발의한 법안마저 법안심사소위에 오르지 못하는 ‘희한한’ 풍경이 벌어졌다. 그 많던 의원님이 상임위 첫날부터 어디로 행차하신 것일까.
의원들은 이날 대거 출장중이었다. 눈에 띈 의원이라면 여당에서 강성종·변재일·홍창선 의원과 야당에서 강재섭·김영선·류근찬·심재섭 의원 정도. 김학원·유승희·이종걸 의원 등은 개인적이거나 지역구 일로, 김석준·김희정·서혜석 의원 등은 외유를 이유로 불참했다. 외유라고 하지만 포럼 참석이니 나랏일이고, 또 회기중 돌아오면 되니 문제될 리 없다. 의원이니 유권자를 생각하면 지역구도 관리해야 한다. 개인적인 일 또한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의원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나랏일에 바쁘다는 의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 한마디도 부족할 듯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소비자 후생 운운하며 비교적 ‘선전’한 이날 참석 의원들에게도 호응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발의할 정도로 의지가 있었다면 첫날부터 의욕을 보였어야 맞다는 지적이다. 38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표로 의식, ‘시늉’으로 발의한 거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이쯤이면 ‘잿밥’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을 해볼 만하다. 다행히 과기정위가 13일 오전 10시 상정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기는 했지만, 만의 하나 ‘잿밥’을 목표로 한 의원이 있다면 해법은 하나다. 다음 선거에서 표심으로 보여주면 된다.
IT산업부·박승정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