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이 시대의 블루칩이다. 기술을 가진 나라는 선진국의 영예를 얻는다. 가지지 못한 나라는 후진국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기술입국’을 목청이 터지도록 외쳤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이 나라를 일으킨 대표적 사례는 독일이다. 기술을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고 최고의 기술자를 ‘마이스터’라고 해서 존중한다. 높은 학식을 가진자와 동격으로 대한다. 2차 세계대전 후 강국 독일의 재탄생에는 ‘기술’이라는 씨앗이 싹을 틔웠기 때문이다.
70년대 기술에 목말랐던 우리나라는 어떻게든 기술을 개발해야 했다. 기술을 가장 빨리 개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당시의 최대 화두였다. 당시를 회고하는 정부의 한 고위 관직자는 기술개발의 가장 빠른 방법을 ‘훔치는 것’이라고 술회했다. 이른바 산업스파이다. 산업스파이는 기술을 도난당하는 나라에서는 큰 범죄에 속한다. 하지만 반대로 기술을 훔쳐오는 나라의 처지에서 보면 산업스파이는 애국자다. 지금도 성공신화를 이야기하는 기업들은 과거를 회상할 때 어렵게 훔친(?) 기술을 빼놓지 않는다.
다음으로 쉬운 기술개발은 돈을 주고 사오는 것이다.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돈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때 방법은 시장을 일부 떼어주는 것이다. 이른바 합작이다. 70년대 기술입국, 경제개발을 표방할 당시 가장 많이 사용한 방법이다. 요즘에는 중국이 많이 사용한다.
기술 개발 방법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자체 개발이다.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또 성공여부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그러나 개발에 성공할 경우의 부가가치는 실로 크다. 부가적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할 수 있으며 기술 선진국의 영예도 얻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 평점은 ‘자체 개발’에 해당한다. 몇몇 기술은 세계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R&D 과제 결과를 보면 이미 개발된 기술을 뒤쫓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훔치거나, 사오거나, 합작하면 되는 기술을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자체 개발에 몰두한다. 돈과 시간의 낭비다. 정부가 ‘기술입국’의 의지가 있다면 기업과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을 먼저 찾아야 한다. 우리가 개발해 세계 1위를 지킬 수 있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디지털산업부·이경우차장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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