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불법스팸` 총체적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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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20대 청년인 크리스토퍼 스미스는 110만 달러짜리 저택에서 BMW·페라리·재규어 등 온갖 고급 차를 굴리고 있다. 그의 이웃들은 그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해서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는지 모른다. 고교 중퇴자로 올해 25세인 스미스는 무차별적으로 e메일을 살포, 의사 처방전 없이 온라인으로 진통제를 팔아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연방 수사당국은 최근 그의 회사를 폐쇄하고 180만달러 어치 고급 차와 집 두 채, 현금 130만달러를 압수했다.

 그러나 그는 불법 스팸으로 쉽게 돈버는 방법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사업본부를 옮겨 온라인에서 불법 스팸으로 약을 파는 사업을 계속했다. 미 수사당국은 스미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려 결국 체포했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스팸 왕’이라는 책의 저자인 브라이언 맥윌리엄스는 스미스 같은 스팸메일 발송자들이 단기간에 돈을 버는 일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불법 스팸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 같은 돈의 유혹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스팸 발송업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최대의 광고를 전송, 최대 효과를 보는 것이다. 대량 불법 스팸 발송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하루에 최대 수백만 통의 휴대전화 스팸을 발송하고 있거나 발송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업체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팸 발송자들의 또 하나의 철칙은 위치를 추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송자의 위치를 감추기 위해 전화번호를 이중으로 착신 전환하거나 번호를 주 단위로 바꾸고 주소지를 변경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타인명의를 도용해서 대규모 전화를 청약하기도 한다.

 이는 전화나 서비스 가입시 오프라인에서처럼 본인확인 절차가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비스는 오프라인에 비해 쉽고 간편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사업자들의 손쉬운 회원가입 절차를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특히 요즘 같이 신규 고객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신규 고객이 가입한다면 사업자는 감지덕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타인의 명의까지 도용하는 불법 스패머들을 반가운 고객으로 맞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사업자들이 동시에 건전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살리자는 대의를 걸고 사업관행을 함께 바꾸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본다.

 이미 외국에서는 스팸의 문제가 단순히 법규나 정부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체득한 사업자들이 나서서 연합체를 구성, 스팸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2004년 미국의 MS, AOL, 야후 등이 연합한 ASTA(Anti-Spam Technical Alliance)가 대표적인 예이다.

 스팸을 막기 위해서는 사업자 못지않게 이용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스팸을 보내는 비용이 워낙 낮기 때문에, e메일이나 전화를 받은 수많은 사람들 중 몇 명만 구매에 응해도 스패머의 수익은 보장된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스패머의 의지를 꺾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이 스팸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

 스팸을 막고자 하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는 단호하다. 지난해 3월 31일 휴대폰 스팸에 옵트인 규제를 시행한 데 이어, 12월 8일 홍창선 의원 등 20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해 스팸 관련 정보통신망법이 또다시 강화됐다. 개정법의 골자는 간접 발송을 유도하는 지능적인 스패머를 처벌하기 위해 스팸 발송을 사주한 자에 대한 처벌을 신설하고, 발송자 정보를 위·변조한 악성 스패머에게 징역형을 부과하는 등 전반적으로 스패머에 대한 규제범위를 넓히고 강도를 높였다. 또한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장려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추가함으로써 정부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적으로 불법 스팸에 대한 감시망을 공고히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제 스패머를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어느 정도 마련됐다. 여기에 유무선 통신사업자, IDC, 호스팅 및 콘텐츠 제공사업자 등 관련 사업자들과 이용자들의 자율적 노력이 더해진다면 스팸 문제도 더 이상 풀지 못한 숙제는 아닐 것이다.

이홍섭 한국정보보호진흥원장 hslee@ki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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