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날개’가 동방의 등불인 한국에 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초청했다. 국빈이다. ‘불의 날개’는 인도 대통령 압둘 칼람의 자서전이다. 2004년 우리나라에 소개됐다. ‘한국과 인도’, IT강국과 SW강국이다. 국제기관들도 그렇게 평가한다.
노 대통령은 IT 분야에 관해 전문가 수준이다. 스스로 프로 그램을 개발할 정도로 SW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 대통령에 취임한 후 전자정부 구현이나 과학기술 입국 등에 국정을 집중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소프트엑스포에서는 “코드를 좋아하는 내가 이제 IT 코드에서 SW 코드로 바꾸겠다”고 말해 강력한 SW 육성 의지를 밝혔다.
인도는 세계 SW공장이라고 불린다. 이처럼 IT와 SW 분야 강국인 두 나라 정상이 지난 7일 청와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갖고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 개시를 내용으로 하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윈윈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이다.
칼람 대통령은 이날 우리나라 첨단 IT기술과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정통부 청사 1층 소재 ‘유비쿼터스 드림전시관’도 관람했다. 칼람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IT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인도 또한 SW 분야 등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만큼 IT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하면 상호 윈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칼람 대통령은 8일 오후에 대전연구개발특구를 방문해 과학자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했다. 이례적이지만 인도 최고 과학자 출신답다.
그가 우리나라 IT현장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가 과학기술이 뒤지면 강대국에 예속될 수밖에 없으며 실생활에 선진기술을 접목해야 선진국이 된다고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국내 과기계에 주는 메시지는 상당하다.
그는 “과학은 열정이며 전망과 가능성을 향한 끝없는 항해”라고 말한다. 그 자신도 평생 이런 자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대학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한 그는 국방개발연구소장, 국가최고과학자문회장 등을 역임했고 인도 최초로 위성발사 및 미사일 발사를 성공시켰다. 그는 인도 과학기술의 상징이라고 한다. 그는 평생 혼자 살았고 채식주의자다. 청렴하고 사심 없이 과학기술 강국의 꿈을 향해 외길을 걸어왔다. 인도 젊은이들이 그를 통해 조국애와 청렴함을 배우고 인도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정치적 실권이 거의 없는 의전상 국가 원수지만 그에 대한 국민의 존경심은 대단하다.
인도는 우리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해야 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 우리는 산업사회를 거쳐 지식정보시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인도는 산업사회를 거치지 않고 정보화사회로 건너뛰었다. 인도는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 인구가 10억명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인건비가 저렴하다. 영어가 공용어여서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다. 미국에서 낮에 연구한 자료를 인도에서 그대로 받아 24시간 연구를 할 수 있다. 인도는 고대부터 숫자에 강했다. 불교 경전에도 수와 관련한 말이 많이 나온다. 갠지스강의 모래알처럼 많은 수량이라는 의미의 항하사는 10의 52제곱이다. 아승기(阿僧祗)는 10의 56제곱이고, 나유타(那由他)는 10의 60제곱이다. 불가사의(不可思議)는 10의 64승이다. 무량대수(無量大數)는 10의 68승이다. IT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공학계열도 수학이 기본이다. 이런 점이 SW강국의 원천이라고 하겠다.
인간은 저마다 가슴속에 꿈을 안고 산다. 문제는 그 꿈을 향한 긴 항해다. 칼람 대통령은 긴 항해를 포기하지 않았다. 타고르가 말했던 동방의 등불, 한국. 이제 우리도 더 환한 IT와 SW 등불을 켜기 위한 항해를 해야 한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ET시론]AI 인프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해자(垓子)를 쌓아라
-
3
[기고] 딥시크의 경고…혁신·생태계·인재 부족한 韓
-
4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5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6
[ET단상]국가경쟁력 혁신, 대학연구소 활성화에 달려있다
-
7
[콘텐츠칼럼]게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수립 및 지원 방안
-
8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9
[디지털문서 인사이트] 문서기반 데이터는 인공지능 시대의 마중물
-
10
[ET시론]양자혁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 기술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