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
“연구실마다 폐쇄회로TV를 설치하는 게 어떨까요.”
국책 과제를 수행하는 어느 연구원의 자조적인 냉소다. 그 싸늘한 웃음의 무게 앞에서 “힘내세요”라거나 “다시 시작해야죠”라는 섣부른 격려가 목젖 너머로 꿀꺽 넘어갔다.
대전광역시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원자력연구소에는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가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하나로와 그 주변에 1년 365일 1일 24시간 빈틈없는 눈길(CCTV)을 보낸다. 국내 모든 원자력발전소에도 감시의 눈길이 항상 살아 있다. 핵확산금지조약에 따라 원자력 시설 감시·사찰체계가 의무화한 것으로 CCTV 방향과 녹화 내용에 봉인까지 해놓기 때문에 거의 완벽한 감시가 이루어진다고 봐도 되겠다.
CCTV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나 행동을 감시하는데,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공학기계다. 교통 흐름 파악용, 교통 법규 위반 단속용, 방범용,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용 등 웬만큼 눈에 익어 친숙한(?) 존재다. 그렇다면 국내 연구실마다, 아니 국민 세금을 쓰는 국책 과제 수행 연구실마다 CCTV를 설치하는 건 어떨까. 물론 절대 할 수 없고,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다만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가 ‘하나도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는데, 누가 어디서 거짓말을 시작했는지 복기가 난감해 보이기에 풀어놓는 투정이자 긴 한숨이다.
‘황우석 파문’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지름길은 ‘일벌백계(一罰百戒)’뿐이다. 굳이 ‘지름길’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제2·제3의 피노키오(황우석)를 막아내기 위한 최소·최선의 방책이어서다.
세계 과학계에서는 거짓말을 한 과학자뿐만 아니라 그를 도왔던 모든 이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린다. 그만큼 치명적이고 재기하기에 벅찬 징계를 내림으로써 ‘거짓 연쇄반응’을 막아낸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효과적인 징계다.
지금은 ‘설마가 사람(국민)을 잡은 격’이다. 더는 주춤거릴 여유도, 필요도 없다. 하루빨리 털고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과학부·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