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디지털연구소를 가다

Photo Image

삼성전자 디지털연구소 36층에서 내다본 풍경은 경이롭다. 가깝게는 70년대 완공한 삼성전자 수원공장 지붕이 보이고, 멀리는 분당지역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삼성전기와 삼성코닝, 삼성SDI가 함께 입주해 있는 45만평 규모 삼성 수원사업장을 오가는 사람들이 개미만 하다. 디지털연구소 면적은 6만5000평으로 축구장 30배 크기다. 총 공사비는 4400억원이 들었다. 엘리베이터만 33기에 이른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수원사업장에 준공한 디지털미디어(DM)총괄 ‘디지털연구소’에 들어가면 디스플레이·오디오·모바일 컨버전스 단말 부문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서려는 삼성전자의 야심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DM총괄 소속 연구개발(R&D) 인력 4200여명 등을 포함해 5200여명이 입주해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 온 외국인 150여명도 포함돼 있다. 전체 인력 중 1500여명은 석·박사급이다.

 실험실과 사무실에서는 일반 전화기 벨소리가 나지 않는다. 휴대폰을 가지고 연구소 안에 들어서면 모든 휴대전화가 구내전화로 바뀌기 때문이다. 인포 모바일 서비스 덕택이다. 방문객이나 직원들이 가져온 카메라폰의 촬영 기능은 보안을 위해 자동으로 정지된다. 벗어나면 자동으로 복원된다.

 직원 목에는 명함 크기의 신분증(Bio Tag)가 하나씩 걸려 있다. 이 신분증에는 위성추적장치(GPS)가 붙어 있어 출입문에 접근하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불이 꺼진 빈 사무실에 들어가면 불이 자동으로 켜지고 냉난방 시스템도 자동으로 작동한다. 직원이 어디서 어떤 상황에 있는지 추적이 가능하다. 신분증은 구내에서 신용카드로, 위급 상황에서는 신분증 뒤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구조 요청도 할 수 있다.

 디지털연구소는 사무와 연구, 각종 실험과 안전규격 시험까지 한 건물 안에서 모두 이뤄진다. 완전무향실과 청취실, 방음실, 화질 및 음질평가실 등 특수 실험실은 7000여평의 규모뿐 아니라 인력과 장비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5층에 자리잡은 TV개발팀은 새로운 초대형 LCD와 PDP, 프로젝션TV 등을 연구중이다. 종전에 브라운관과 모니터 개발팀으로 분리돼 있었으나 건물 완공 이후 함께 입주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매월 경쟁 업체의 신제품을 20여대씩 사서 비교 평가하는 일도 이곳에서 한다. 같은 부서라도 팀이 다르면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된다. 부품이나 독자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150여평의 신호처리실은 미니 방송국 수준이다. 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부터 해외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시간으로 방영되는 내용을 각 사업장과 연구소에 보내 TV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 해외 수출할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영상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DM총괄의 최지성 사장은 “이곳은 LCD·PDP TV 등 디지털 TV 전 부문 1위 등극을 위한 핵심 전초기지”라며 “디지털 르네상스 선봉이 될 프린터, 캠코더, 모니터, 노트북PC 등 창조적 혁신 제품이 연이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