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이상철 신임 광운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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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내 운명’

 요즘 극장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한 영화 제목을 본떠 ‘IT(정보통신)는 내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이상철 전 정보통신부 장관(57)이다.

 오늘날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세계 1위, 이동통신 가입자 3600만명,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IT산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수훈갑. 한때 국내 최고 IT기업을 이끄는 CEO에서 정부의 IT사령탑으로 변신해 2002년 월드컵에서 IT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 만방에 드날린 사람. 아니, 온갖 수식어를 다 제쳐두고 ‘대한민국 IT 대표 브랜드’라고 불러줘도 손색이 없을 법하다.

 그가 다시 IT로 돌아왔다. 이번엔 IT특성화대학을 표방하는 광운대학교의 총장이 돼서다.

 #1. 인생 쉰 일곱. 도전은 계속된다. 내달 1일 취임식을 앞둔 이상철 신임 총장을 서울구 노원구 월계동 광운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지난 10일 업무를 시작해 이제 불과 보름 여 지났을 뿐이지만 총장실에서 반갑게 기자를 맞는 그의 모습에서는 어색함이란 찾아보기 어려웠다.

 “양친이 모두 보통학교 훈도(초등학교 교사)와 문교부 장학관을 지내셨는데 두 분이 평생을 바친 교육계에 들어서게 돼 참 고맙게 생각한다”는 이 총장은 “이젠 교육자를 내 천직으로 삼을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 총장은 평소 바둑을 즐겨 두는 편이다. 지금은 바둑판 앞에 앉을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쁘지만 아마추어 6단의 실력을 갖춘 그는 조훈현 9단, 서봉수 9단 등 유명한 프로 바둑기사들과 바둑을 종종 두었을 만큼 바둑에 조예가 깊다.

 이 총장의 인생에서 지금이 어떤 시기인지를 바둑에 비유해 물었다. 이 총장은 “바둑은 집의 기본 구조를 갖추는 초기 포석 단계, 상황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중반 전투 단계 그리고 한 집이라도 더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종반 끝내기의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바둑의 승패는 대개 중반에서 종반으로 넘어갈 때 뒤집힙니다. 즉 인생에서는 성공한 삶을 사느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적기인데 내가 지금 그 전환점에 와 있다고 봅니다.”

 이 총장과 절친한 한 바둑 기사는 “바둑은 조화(combination)”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 혼자가 아니라 상대방과 더불어 둔다는 뜻이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혼자 욕심을 내면 그 영향이 결국 나에게도 미치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인생도 남들과의 조화, 즉 인화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KT나 정통부에서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인화를 중시하면서 나 스스로 공정한 원칙을 지킨 데 있다”고 말했다.

 #2. 총장이 빛나기보다 대학을 비추는 후광이 되기 위해. 어떤 총장이 되고 싶으냐고 묻자 즉시 “광운대를 사랑하는 총장”이라고 답했다. 일화가 하나 있다. 부임 직후 대학 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러 온 학생 기자가 이 총장에게 광운대 출신이 아닌 총장이 학교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냐고 물었다. 이 총장은 그 학생에게 되물었다. “나는 광운대와 결혼을 한 남자인데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면 그건 이혼감 아니겠느냐”고.

 에피소드 둘. 이상철 총장은 얼마 전 대학 도서관 앞을 지나는 학생들에게 따뜻한 캔 커피를 무료로 나눠줬다. 먼저 학생들에게 다가가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총장’이 되겠다는 다짐인 동시에 ‘따뜻한 광운대’를 널리 알리기 위한 일종의 이미지 메이킹 작업이었다.

 이 총장은 광운대학교가 자신의 인지도에 가려지기보다는 대학을 비추는 후광이 되고 싶어했다. ‘대한민국 대표 IT브랜드 이상철’이 총장으로 있는 광운대가 아닌, ‘대한민국 최고의 IT전문대학’ 광운대의 총장이 되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 그가 가진 IT철학을 대학 경영에 차근차근 반영해 나갈 생각이다.

 “예를 들어 전쟁이 났다고 합시다. 전쟁을 끝내려면 정치, 경제, 심리, 국방이 총 동원돼야 하지요. 재난 관리, 부동산 투기 등 어떤 사회 현상도 더는 하나의 학제, 하나의 학문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이 총장은 그래서 IT를 포함한 학제 간 융합을 앞으로 대학 커리큘럼에 적용해 나갈 생각이다.

 이 총장은 “IT는 정치, 경제, 문화, 국방 등 사회 전체를 바꾸는 패러다임이자 사회 인프라”라며 “총장 재직 기간 IT가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학문적 배경을 구축해 광운대를 IT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대학으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이상철 광운대 총장은?

 이상철 총장은 ‘철학이 없는 기업은 경영이 흔들린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KT 사장 시절 ‘밸류 네트워킹(Value Networking)’이라는 개념을 창안하고 이에 맞춰 그때까지 ‘네트워크 장사’로 통했던 KT의 주력 사업을 ‘IT서비스’로 바꿔놓은 추진력으로 유명하다.

 미국 NASA 통신위성설계 담당 연구원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 국방과학연구소, 한국전기통신을 거쳤다. 1996년부터 2002년 정보통신의 대변혁기에 한국통신프리텔, 한국전기통신공사(KT)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국내 통신 시장을 주도했다. 2002년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제8대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1948년 서울 출생. 경기고등학교, 서울대 졸업. 미 듀크대 박사. 부인 한명희 여사(54)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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