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감에서도 국산화율이 우리 기업 최대의 과제로 지적되곤 한다. ‘속빈 강정’이라는 얘기는 다반사고 ‘재주는 코리안이 넘고 돈은 왜놈이 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며칠 전에는 모 국회의원이 휴대폰 핵심 전자부품 47개 품목 중 무려 18개가 국산화율이 0%일 정도로 위험수준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이에 앞서 모 연구기관 연구원은 주요 부품·소재별 국산화율을 분석, 외화 유출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주요 IT수출 품목의 국산화율이 70%에 머물고 있다. 특히 주력부품의 국산화율은 더욱 낮아 45.2%에 불과했다. TFT LCD와 PDP의 부품 국산화율은 40%, MLCC는 30%, 2차전지인 리튬이온·리튬폴리머전지는 10∼20%다. 이들은 모두 비메모리칩이나 시스템온칩(SoC) 같은 차세대 정보기술(IT) 주력상품에 대한 핵심기술 관련 특허는 거의 모두 외국기업이 갖고 있어 문제라고 경고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패러다임이 변했다.
최근 들어 기술보다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시장은 말 그대로 ‘바잉파워(구매력)’를 의미한다. 시장 중시론자들은 기술력을 대변하는 국산화율이 수치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물론 다원화된 부품시장을 전제로 한 얘기다. 바잉파워가 기술을 지배한다는 논리다.
바잉파워가 큰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개발해 주고 또 부품화해 납품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부품회사가 세트업체의 공장라인을 중단시킬 수도 있었으나, 이제는 바잉파워를 가진 기업이 부품회사의 생살여탈권을 가진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삼성(휴대폰)과 같은 한국의 세트업체가 일본 부품회사의 생산라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산 기술력 확보에 대한 노력과 중요성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종속에 대한 대가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경영의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시장과 마케팅 기법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애써 쌓아놓은 국부가 국산화가 저조해 유출되고 있다는 식의 주장만 되풀이하지 말아 달라는 게 업계의 주문이다.
어떻게 시장의 트렌드를 빨리 읽고 신제품을 한 발 앞서 출시, 시장을 선점하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느냐가 ‘수치’를 앞세운 국산화율보다 중요한 이 시대의 키워드다.
IT산업부 박승정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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