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미래학과 트렌드

 지난 70, 80년대를 풍미하던 학문 가운데 하나가 미래학(futurology)이다. 과거와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미래학은 한발 앞선 예측과 주장들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 방한한 앨빈 토플러가 바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제3의 물결’을 통해 지식정보화 사회 도래를 예견한 대표적인 미래학자다. 그 뒤를 이어 존 나이스비트(메가트렌드 2000), 제레미 리프킨(노동의 종말), 피터 드러커(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새뮤얼 헌팅턴(문명의 충돌) 등의 미래학자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해마다 책이나 언론을 통해 미래를 예견하고 전세계를 돌며 강연하며 주요국의 지도자들과 면담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미국이나 유럽에서 미래학은 쇠퇴하는 학문이다. 최근 4∼5년간 세계미래학회 회원 수는 절반 가까이 줄었고 대학 미래학부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하루가 머다하고 빠르게 변하는 기술 발전 속에서 미래학자들이 내놓는 두루뭉술한 얘기가 성에 찰 리 만무하다.

 그래서 최근엔 미래학 대신 트렌드 분석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트렌드 전문가들은 미래학과 트렌드 분석은 분명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트렌드는 막연한 공상과학이나 상상 속 얘기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일어날 미래 상황이라는 것이다. 올해 출산율이 떨어지면 8년 후 초등학교 입학자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은 미래 예측을 넘어 진실에 가깝다.

 결국 풍부한 현실 정보가 정확한 트렌드 예측의 기본이 된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래 예측 보고서를 하버드대학이 아니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가정보원도 이런 CIA 리포트를 염두에 두고 올해 ‘2005 비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노령화, 여성화, 양극화, 글로벌화와 같은 메가트렌드성 예측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전세계 인류 문명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와 기술에 관한 구체적인 미래 정보가 필요하다. 기업들도 혁명보다 무엇으로 돈을 벌 수 있는지를 알기 원한다. 한국의 비전 프로젝트는 이미 사양길로 접어든 미래학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디지털산업부·주상돈차장@전자신문,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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