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전자 산업의 꽃을 반도체라고 한다. 그렇다면 PCB는 꽃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영양소를 주고 지탱해주는 뿌리다. 우리나라에서 PCB를 생산하기 시작한 지도 3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메모리나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은 세계 1위 상품에 올라섰지만 전자 산업의 뿌리인 PCB는 5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중국과 격차가 벌어지고 후발 동남아의 추격을 받을 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나라 PCB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충분한 토대가 있다. 2005년 현재 국내 PCB 산업을 보면 PCB 생산 약 6조원, 설비 보완 약 6000억원, 소재 산업 약 1조원, 기타 협력업체 약 4000억원 등 총 8조원 규모의 시장이 있다.
과연 PCB 산업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지난 25년 동안의 경험을 살려 네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정보와 지식의 공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약 300개의 PCB 업체가 있다. 이 가운데 큰 규모의 자체 생산 설비를 갖춘 업체는 10개 이내다. 나머지 업체의 경우 의욕은 있지만 지식과 정보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은 지나치게 폐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결책으로는 각 기업에서 PCB 전문 교육에 투자를 늘리고 연구소나 기술책임자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단발성 세미나보다는 체계적인 전문교육이 필요하다.
과거 대덕전자 연구소에서 만들어 배포한 ‘대덕기술 정보’ 같은 자료를 대기업이 다시 이어받는 것도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고유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시시각각 PCB 관련 신기술과 신공법이 소개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PCB 고유기술의 부재다.
PCB에 최근 많이 적용되는 공정인 빌드업도 도입된 지 10년이 됐지만 국산 기술은 걸음마 단계다. 작년 일본 PCB 전시회에 나온 일본 업체들은 각각의 고유기술을 상품화하고 있다.
고유기술이 부족해 선진 기술 도입을 추진하면 엄청난 기술료 지급 때문에 사면초가에 빠진다.
해결책은 어렵지만 간단하다. 기업에서 더 많은 연구개발 투자를 해야 한다. 일반적인 기술은 이제 중국과 한국에 격차가 없다. 고유기술 개발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세 번째는 품질 향상이다. 매년 작성하는 기업의 품질경영 목표 순위가 바뀌어야 한다. 불량 목표를 관리하는 것보다는 클레임 제로를 목표로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관리 개선이 최우선이다. 문제가 된 제품은 출하를 중단하고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 SMT와 PCB 업체 간에 잘못 판정이 되면 엄청난 클레임 금액이 문제로 떠오른다.
결국 근본적인 품질 대책이 없으면 클레임은 반복되고 국가적인 손실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환경 친화적인 제품에 주목해야 한다. 환경 얘기가 나오면 PCB도 빠질 수 없다. 워낙 많은 화학약품을 사용하고 PCB 표면처리에 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년 7월 1일 유럽연합의 규제가 시작되므로 모든 PCB 업체는 단계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친환경적 생산에 대해서는 아직도 PCB 업체의 약 80%가 대책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이러한 방안의 실천 방법론을 PCB 업계가 함께 고민해 세계화를 일궈내는 원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장동규 PSP경영기술연구소장 douglas@kitane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