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면산 산자락에 자리잡은 소비코 음향연구소. 이곳에는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한 분야인 음향 컨설팅을 연구하는 음향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있다. 아니 연구원들의 표현을 빌리면 일하는 곳이 아니라 즐기고 있는 곳이다.
소비코 음향연구소는 그동안 2002 월드컵 개막식, 2003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2004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대회 등 굵직한 국가행사의 음향 컨설팅 및 설계를 수행했다. 지금도 공연장, 체육센터 등 크고 작은 10여개의 음향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중이다. 그러나 아직 일반인에게는 음향컨설팅이라는 분야도 음향 디자이너라는 용어도 낯설다.
김도헌 주임은 “음향은 완제품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기와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내는 조합품입니다. 화가가 붓, 물감, 캔버스 등 동일한 재료로 다양한 그림을 그려내는 것처럼 음향디자이너도 다양한 기기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고 말한다.
일반적인 음향시스템 설계 작업을 위해서는 △건축주 및 설계사와 컨셉트 구상(공간의 목적 및 형태 결정) △현장점검 및 설계도면 입수·분석 △흡음재 선정 및 입력 △스피커 배치 △시뮬레이션 △건축 주 브리핑 △실시설계 △시공 감리·튜닝 등의 과정을 거친다.
1000만원의 예산을 가지고 1000만원짜리 스피커 한 대를 사용할 수도 100만원짜리 스피커 10개를 사용할 수도 있는데, 각각의 상황에서 고객의 요구와 목적에 맞는 최적의 음향을 구현해 내는 것이 연구소가 하는 일이다.
연구소에서는 스피커 각도가 3∼4도만 미세하게 바뀌어도 실내에 퍼지는 소리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실제 시뮬레이션을 통해 보여줬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큰 변화가 나타났다. 최적의 소리를 찾아내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는 이유다.
음향 디자이너는 음악을 이해하는 것도 필수다. 단순히 공학이라면 엔지니어라는 표현을 써야 하지만, 음향은 기술과 예술이 겹치는 부분이기 때문에 디자이너라고 부른다고 한다.
“음향 시스템의 최종 고객은 소리를 듣는 관객뿐만 아니라 연주를 하는 연주자들입니다. 이들의 연주와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좋은 음향시스템을 구성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연구원들도 모두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연구소 내부를 소개할 때도 연구소 한쪽의 음향기기들이 있는 곳을 놀이터라고 소개할 정도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한다. 아직 음향과 문화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음향컨설팅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고객이 최적의 시스템 구성보다 최대한 짧은 시간에 일을 마치길 바란다고 한다.
준비과정, 기간, 투입되는 스태프 등이 체계적으로 갖춰진 외국의 문화와 비교하면 한참 멀었다. 그러나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지금이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음향 컨설팅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고, 롯데 뮤지컬 극장처럼 건축단계부터 음향을 고려하는 곳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재선 주임의 설명이다.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데는 소비코 음향연구소가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연구원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돈이 되는 사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음향 분야를 이끌어갈 후진 양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음향을 연구하는 4년제 대학 학과 하나 없는 실정이다. 김 주임과 정 주임은 바쁜 회사생활 중에도 각각 대학 겸임교수와 아카데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음향문화 발전을 위한 열의 때문이다. 앞으로는 연구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소비코 음향연구소와 음악과 음향을 사랑하는 연구원들과 이들의 열의가 있기에 우리나라 음향 산업이 점차 발전해 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게 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