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을 이어받아 10년 후 우리나라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미래 국가유망기술을 선정, 발표했다. 유비쿼터스 사회 기반 구축·관리기술, 초고성능 컴퓨터기술, 재생 의·과학, 실감형 디지털 컨버전스 등 모두 21개 기술이다. 하나같이 현재 산업화·실용화되지는 않았으나 미래 우리의 산업과 국민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핵심기술일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기술 분야라는 점에서 제대로 선정됐다고 본다.
정부는 이들 기술을 오는 2015년께 ‘글로벌 톱10’을 비롯해 선진경제를 구현할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선택과 집중’ 원칙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2015년께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5000달러를 달성하고,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6위인 삶의 질도 20위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청사진까지 제시했다. 앞으로 이들 핵심기술 확보에 국가 역량을 집중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국가 미래가 이 프로젝트의 성패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앞으로가 대단히 중요하다. 사실 이번에 선정된 미래 국가유망기술을 보면 우리만 독자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나선 것은 하나도 없다. 선진 경쟁국 모두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술 분야다. 일본이 지난 1월 향후 15년 내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10대 기간기술에, 중국이 기술예측을 통해 선정한 21개 국가 핵심기술에 거의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민간 차원에서 10대 신생 미래기술을 발표해 전략적으로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고 영국·독일 등 유럽도 뇌과학과 지능형 인프라 등을 미래 유망과제로 선정,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
기술을 선정한 것은 시작에 불과할 뿐 어떤 전략으로 나갈지, 어떤 분위기를 조성할지가 결국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이른 시일 내 개략적인 기술지도(TRM)를 작성하고 내년 8월까지 중장기 투자방향을 포함하는 범부처 차원의 기술개발 종합계획을 마련해 시행할 방침이라니 기대가 크다. 미래 국가유망기술 분야를 감안해 인력양성 계획을 수립하고 중장기적으로 한정된 R&D 자원과 예산을 효율적으로 분산, 투입해야 함은 물론이다. 구슬도 꿰야 보배라고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적정예산 배정 등이 따르지 않는다면 미래 한국의 발전을 위한 기초과학 및 원천기술 역량의 확보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와 함께 국가유망기술 개발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고급 연구인력 확보, 효율적인 산·학·연 협동체제 구축 같은 실행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부처별 역할분담 방안도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때처럼 부처 간 갈등을 정리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도 선진국을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기술 수준이 뒤처져 있어 머뭇거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 간 협력도 긴요하다. 정부가 연구개발 예산을 미래 국가유망기술 분야에 집중한다지만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 투자 없이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기업이 적극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기존 차세대 성장동력사업도 미래 국가유망기술 못지 않게 중요하다. 지금의 위기에서 탈출할 강력한 성장엔진으로 작용하면서 미래 기술강국으로 가는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이 초기와 달리 용두사미가 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위축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원인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적 분위기 침체로 보인다. 정부는 연구개발 분위기가 활성화되지 않고서는 미래 국가유망기술사업도 뿌리 내리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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