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본프레레 감독과 SW 전문경영인

이병희

 본프레레 감독이 사임했다. 본프레레 감독이 먼저 사임의사를 밝히고 이를 축구협회 측에서 수용하는 형태지만 결국 실적 부진으로 쫓겨났다는 게 대부분 국민의 생각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14개월의 임기가 실적을 평가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본프레레 감독을 굳이 옹호하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여론몰이’의 희생자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의 사임을 바라보면서 국내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업체인 S사의 L사장이 떠올라 더욱 착잡하다. L사장은 이달 초 회사를 그만뒀다. 올 1월에 취임했으니 8개월도 안돼 그만둔 셈이다. 겉으로는 일신상의 이유로 그만뒀지만 실제 내막을 들여다보면 역시 실적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사장을 맡으면서 약속한 실적을 올리지 못해 창업주와 지속적으로 마찰이 있었던 것이 사임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취임 당시만 해도 전문 경영인으로서 제 맡은 바 역할을 하겠다는 L사장의 일성과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회사를 키우겠다던 창업자의 약속이 무색할 정도다. 8개월이라는 기간이 한 경영인을 평가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인지는 더욱 의문이다.

 올해만 해도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의 전문경영인이 낙마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면상으로는 제각각 다른 이유를 대고 있지만, 대부분 실적 부진 혹은 창업주와의 관계 악화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 전문 경영인이 발을 붙이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창업자가 CEO를 맡아 경영활동을 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이왕 전문경영인 체제로 기업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면 적어도 전문 경영인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검증기간은 줘야 될 것 같다.

 1년도 안돼 전문경영인을 경질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기업을 외부에서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중차대한 잘못을 저질러 낙마시켜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끈기를 갖고 지켜보는 것이 대주주의 역할이고 회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길인 듯싶다.

 컴퓨터산업부·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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