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칼럼]디지털국회 디지털정치

 디지털정치의 본격 실천인가.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 국회가 이번에 디지털 본회의장을 구축했다. 공사비만 83억원이 들었다. 최첨단 시스템이다. 국회의원 좌석마다 붙박이식 컴퓨터를 설치했다. 의원이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보면서 대정부 질문을 할 수 있다. 인터넷과 메신저 등도 활용할 수 있다. 의원명패도 전자식으로 바꾸었다. ‘면담신청’ ‘발언순서 예정’과 같은 간단한 메시지도 명패를 통해 볼 수 있다. 중앙 발언대도 회전이 가능하다. 따라서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이 서로 마주보며 질문과 답변을 할 수 있다. 외국에서도 이런 첨단 시스템을 갖춘 국회는 없다고 한다. IT강국의 국회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디지털 본회의장을 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엇갈린다.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기대하는 쪽은 국회가 선진 전자 국회상을 구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디지털정치, 대의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다. 우려하는 쪽은 디지털 본회의장을 구축해 놔도 국회의원의 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남을 꼬집기는 잘해도 자신을 바꾸는 데 가장 인색한 것이 정치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밑바탕에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우려가 적중한다면 국민의 세금만 낭비한 셈이다.

 지나친 비유이긴 하지만 아직도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 국회의원이라고 말한다. 특혜는 많고 책임질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금도 국회의원 자리를 탐내는 사람이 많다. 부도옹처럼 몇 번씩 국회의원에 도전한다. 심지어 변절자, 철새라는 비난을 들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 번 국회의원이 되면 영원히 국회의원이 되고자 한다. 대(代)를 물려 자식에게 바톤을 넘기는 이도 있다. 선거철에는 국민을 받들다가 당선되면 자신들이 특권층이 되는 것이다. 말은 많은데 자기 논리에 충실할 뿐이다. 국민의 말은 뒷전이다. 이런 것이 국회에 대한 불신의 이유다.

 여야는 17대 들어 변화와 개혁을 소리 높여 외쳤다. 특히 돈 안 쓰는 선거, 참여정치, 정당 민주화, 고비용 저효율 정치를 구현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 수단으로 디지털화를 제시했다. 디지털화는 양방향 정치를 실천할 수 있어 참여정치, 정당 민주화를 실천할 수 있다. 돈이 적게 들어 그야말로 고비용 저효율 정치를 할 수 있다.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홈페이지를 구축해 운영하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하지만 무늬만 바꾼다고 디지털정치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거듭 말하지만 시스템이 아닌 사람의 문제인 것이다. 의원들이 아상(我相)을 버리고 가슴을 열어야 한다.

 국회가 디지털 본회의장을 구축한만큼 9월부터는 디지털정치를 실천해야 한다. 해마다 각 부처는 의원들이 요구하는 각종 자료 준비로 몸살을 앓았다. 국정감사라도 시작되면 입시생 못지않게 밤샘을 했다. 자료 복사비만 엄청나다고 한다. 디지털국회에서는 무엇보다 이런 관행을 고쳐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를 해야 한다. 서류 대신 자료를 인터넷으로 해당 국회의원에게 보내면 될 것이다. 자료 요구도 인터넷으로 하면 될 일이다. 해당 공무원들이 국회로 출동해 회의실 밖에서 대기하는 일도 없애야 한다. 회의 시간도 엄격히 지켜야 한다. 고무줄 회의가 돼서는 안 된다.

 정치의 요체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고 한다. 국민의 다양한 소리를 듣고 이를 즉시 입법활동에 반영해야 하다. 중국 당 태종은 “국사를 책임지는 지도자의 자세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디지털국회에서 여민동락의 디지털정치 경쟁을 해야 한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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