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영원한 일등 기업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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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창원 공장에 가면 정문에서 보이는 건물 벽에 큰 글씨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다. ‘영원한 일등은 없다.’ 아직 세계 최고의 제품을 확보하지 못한 사업부에는 부단히 노력하자는 격려의 메시지가, 이미 세계 최고의 위치에 도달한 사업부에는 조금만 방심해도 곧 경쟁사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다. 이 문구를 정문에서 보이는 건물 벽에 큰 글씨로 써 붙인 것은 매일 출근하면서 한번씩 마음에 새겨보자는 의미에서다.

 사실 일등을 실현하고, 또 그 일등의 지위를 지켜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각 분야 세계 일등 기업들 가운데 소수만이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뒷받침할 혁신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을 뿐이다. IT 분야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인텔과 MS 역시 사업 초기부터 자기의 기술과 제품이 시장에서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이 되도록 노력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더 높은 성능의 신제품을 출시해 경쟁자들의 추격권에서 벗어난 곳에 도달함으로써 높은 매출 신장과 이익을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제품에 가장 큰 위협은 경쟁사의 제품이 아니라 자기 회사가 개발한 다음 신제품이라는 말이 있다. 경쟁의 구도를 다르게 보는 이런 의식이 바로 이들 기업이 이룬 성공의 비밀이다.

 또 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과 더불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신사업 분야에 남보다 앞서 진출한 사례도 있다. 화학 분야에서 보면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듀폰이 주력 사업을 완전히 바꾸어 가면서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오히려 적당한 체구에 지속적으로 근육을 단련해 나가듯 새로운 미래에 대비해 나가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메인프레임이나 중형 컴퓨터에서 앞서 나가던 IBM이 서둘러 서비스 분야에 더 역점을 두면서 변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좋은 교훈이다.

 국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오랫동안 전자산업에서 기술력과 사업분야를 이끌어가던 일본이 지난 10여 년 사이 반도체·디스플레이·가전제품 분야에서 한국의 도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타개책의 하나로 나노 기술 등 새로운 분야의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도 그동안 이익을 축적할 시간도 없이 빠르게 추격해 오는 중국에 이미 제조업을 크게 잠식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치열해진 사업 환경 속에서 대부분의 기업은 일등의 위치를 향유하기는커녕 내일의 생존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전략수립, 실행과 인사관리를 자기 체질화한 GE의 ‘오퍼레이셔널 리듬(Operational Rhythm)’과 신제품·신사업 진출을 관리하는 NPI(New Product Introduction) 프로세서의 실행 사례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최고의 품질로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환경에 대비해 차세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도요타의 경영에서도 배울 점이 적지 않다.

 영원한 일등은 없다는 것. 그것은 내게 많은 기회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기회를 만드는 노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금 내가 가진 지위조차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의 표현이기도 하다. 무엇으로 ‘영원한 일등’을 만들어 갈지 많은 고민과 실행이 필요한 때다.

◆이희국 LG전자 CTO 사장 heegooklee@l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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