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게(蟹)

 ‘이전투구(泥田鬪狗)’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으로 볼썽사납게 서로 헐뜯고 다투는 모양을 이르는 말이다. 개가 진창에서 뒹굴며 싸우니 좋아 보일 리 만무하다.

 그러나 진창을 뒹굴며 사는 동물로는 아무래도 육지의 개(狗)보다는 바닷가 게(蟹)가 제격이다. 게는 김용준의 ‘근원수필’에서도 ‘어리석고 눈치없고, 꼴에 서로 싸우기 잘하는 놈’으로 그려진다. 영리하게 처세할 줄 모르는 눈치없는 미물(微物)로도 묘사된다.

 개펄에 미끼를 던져 보면 게의 어리석음은 금방 드러난다. 게들은 처음엔 제법 영리한 듯 내다본 체도 않다가 콩알만한 새끼놈들이 먼저 덤비고 그 곁두리를 보아 가면서 차츰차츰 큰놈들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이내 서로 미끼를 빼앗느라고 수십 마리가 한 덩어리가 되어 동족상쟁을 하는데 그때를 놓치지 않고 실을 번쩍 들어올리면 모조리 잡히고 만다. 결국 밥상 위 반찬 신세가 그들의 운명이다.

 그래서 게는 창자와 배알도 없는 무장공자(無腸公子)로 단장의 비애도 모르는 녀석이다. 근원수필에서 나온 표현 그대로, 정말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놈이다. 거기에다 뻔뻔스럽고 염치까지 없다.

 인간과 기업도 이런 게의 모습이나 운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도 처음엔 한둘씩 미끼 주위에 몰리다가 ‘무언가 된다’ 싶으면 큰놈 작은놈 가릴 것 없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어느 순간에 미끼는 사라지고, 결국 집게발이 서로 얽혀 빠져 나가려야 나갈 수도 없다.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가릴 것 없이 한 덩어리가 되어 ‘게떼처럼’ 싸운다.

 게의 속성이 이렇다면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보다는 오히려 ‘개펄에서 싸우는 게’가 더 어울린다. 수십 마리의 게가 한꺼번에 뒹굴며 싸우는 모습이 현실감도 있다. 이제부터 ‘이전투구’가 아니라 ‘이전투게’다. 그래서 앞으로는 자신의 위치와 분수를 모르고 아무거나 먹겠다고 덤벼드는 사람이나 기업이 있다면 점잖게 ‘게 같은 놈’이라고 불러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디지털산업부·주상돈차장@전자신문,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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