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첨단벤처기업의 육성을 위하여­

 벤처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정책이 발표되고 투자도 조금씩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획일적인 지원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의 특성과 성장단계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저리의 융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서부터 국책연구비, 마케팅분야의 지원, 대기업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장기적인 투자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적절한 지원책을 수립하고 또 그들이 적합한 지원대상인지를 평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벤처기업들이 기술개발과 산업발전의 측면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또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 그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들 벤처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방안을 찾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가 있다. 비록 중단기적으로는 수익창출이 어렵고 많은 연구개발비가 필요하지만 벤처기업의 역할이 특히 강조되는 바이오산업과 IT분야의 핵심소재 산업이다. 이러한 첨단산업 분야는 물질특허와 같은 원천기술로 보호되고 있어 우리나라가 기술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에 당면해 있다.

 이들 분야 중 바이오산업의 핵심분야 중 하나인 신약개발 분야를 예를 들어보자. 신약을 1개 개발하는 데 10년에서 15년 동안 평균 5억달러의 연구개발비가 소요되지만 일단 신약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20년 동안 독점적으로 연평균 10억달러의 매출과 30%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다.

 이러한 신약개발 분야는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 사업으로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벤처기업의 역할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의 경우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매출실적에 관계없이 설립 초기단계부터 상장되어 연구개발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이들 기업은 미국이 신약개발 강국으로서 명맥을 유지해 나가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약개발 분야는 전체 벤처산업 중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당장은 경제적 가치와 고용창출 효과도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어떤 산업보다도 부가가치가 높고 파급효과도 큰 분야다. 더욱이 단순한 경제적 가치 이외에 우리의 생명과 삶의 질에 관련된 첨단 의약품 시장에서의 기술확보라는 명분을 지닌 분야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러한 신약개발 벤처기업 이외에도 여러 산업분야에서 국내의 수준을 넘어 미국, 일본 등의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다양한 첨단 벤처기업이 지금도 미래의 부가가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21세기 기술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첨단 벤처기업의 창업지원과 육성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물론 지금은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영업수익을 올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조차 필요한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니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첨단 벤처기업들이 미래의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동안 우리는 이 모든 기회를 포기하고 앉아 있어야만 하는지를 지금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2000년 코스닥시장의 과열이나 묻지마 투자와 같은 투자 열풍,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파격적인 지원정책 등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진정 우수한 기술이 있는 기업이라면, 세계 속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그 기술력을 평가해주고 이런 기업들이 연구개발 성과에 따라 단계별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은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첨단 산업분야에서 우리 벤처기업들이 선진국 기업들과 대등하게 경쟁하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기술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일조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김경수 카이로제닉스 대표 kskmpc@chirogeni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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