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하게 역사까지 들추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서는 크고 작은 반란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어떤 경우는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나지만 때로는 국가나 사회의 근본을 뒤흔들고 변혁의 도화선이 되는 역사적 사건이 되기도 한다. 당연히 반란이라는 말은 무질서, 파괴, 전복과 같은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반란은 개혁과 유사하며 기존의 인식, 습관, 질서에 반하는 모든 행위로 볼 수 있다. 동학혁명, 4·19 혁명과 같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반란은 물론이고 미니스커트, 배꼽티, 보디페인팅, 피어싱, 퓨전음식 등도 시대를 거스르는 깜직한 반란의 범주에 속한다.
어느 시대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발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도 도전하지 못하는 질서에 과감히 도전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대표적인 이가 지동설을 처음 주장한 갈릴레이다. 당시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무기징역이 선고되었지만 지난 1992년 로마 교황청은 종교재판의 잘못을 인정하고 갈릴레이의 복권을 선언한 바 있다. 갈릴레이의 반란은 단순히 종교교리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 변화,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화제를 국내 IT 분야로 돌려보자. 실패해 잊혀진 사건도 많지만 지금까지도 그 영향과 혜택을 누리는 반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TDX(시분할교환기) 전전자교환기의 개발이다. 전전자교환기를 개발하자는 무모한 발상이 시작된 70년대 당시 우리나라는 교환기를 전량 외국에서 수입했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전화의 보급은 늦어지고, 만성적인 전화 적체에 시달려야 했다. 세계적으로 소수 국가에서만 교환기를 만들 수 있던 그 시대에 우리가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국내에서는 우리 기술수준에 대한 불신, 예산부족 등의 문제가 제기됐고 외국에서는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들 것을 염려해 한국의 수준을 들먹이며 어림도 없는 꿈이라고 조롱했다.
그러나 정부는 1977년 ETRI를 설립하고 TDX 개발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국가에 의한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이것은 선진국과 내부에 있는 부정적 인식에 대한 도전이었다. 결국 560억원의 예산과 많은 인력이 투입되어 1984년 시제품이 탄생하게 됐다. 그 후 1986년 한국시장에서 외국산 교환기가 퇴출되고 우리 교환기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전국에 약 400만 회선이 공급된 1991년 말에는 수입대체 효과가 8000억원 정도였고, 이후 수출을 시작해 1996년 한해 동안 4500여억원 규모를 수출한 바 있다.
교환기 개발은 수입대체 및 수출로 인한 금전적 효과 이외에도 많은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의 정보통신은 사실상 이 사건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환기의 대량 공급에 따라 전화보급이 증가하고 전화요금의 인하가 가능해졌으며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데이터통신이 활성화되고, 나아가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을 가능케 한 것이다.
IT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하여 전통·규정·보수세력·물리적 규제 등이 강하지 않다. 따라서 반란에 대한 저항도 강하지 않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부정되고, 도전에 부딪힐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윈도와 유닉스에 도전장을 낸 리눅스도 신선한 반란의 한 예다. 결과가 누구의 승리로 끝나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도전과 반란의 과정을 통하여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궁극적으로 인류의 행복을 향해 속도가 붙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반란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질서를 낳게 되고, 이러한 질서는 다시 반란을 기다리게 된다. 최근 정보통신부에서 추진중인 IT839 전략도 미래를 향한 우리의 반란이라 할 수 있겠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영역에서 다양하고 적극적인 반란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반란은 우리사회를 생명력 있고 행복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송관호 한국인터넷진흥원장 khsong@ni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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