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만리장성과 정보보호

필자는 지난해 한·중 CIO 공동 세미나에서 발표하기 위해 베이징에 갔었다. 세미나 참석 후 중국 측 배려로 만리장성을 탐방했다. 예전에 처음 들렀을 때는 만리장성의 웅장함에 압도돼 감탄사만을 되풀이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난공불락처럼 보이는 만리장성이 어떻게 북방 이민족의 침공에 맥없이 무너졌을까, 그것도 여러 차례에 걸쳐서’ 등에 대해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만리장성의 양쪽에서 침입자들의 함성과 이를 막으려는 명나라 군사들의 아우성이 아스라이 들리는 듯했다. 때는 명나라 말기. 당대 명장인 오삼계는 진원원이라는 기녀에게 반해 첩으로 맞는다. 만주 지역을 평정한 청나라 태종이 중원까지 차지하기 위해 14만명을 이끌고 침공하자 오삼계 장군은 숭정제의 명을 받아 50만명이라는 대군을 이끌고 만리장성의 동쪽 끝에 위치한 ‘산해관’으로 떠난다. 애첩인 진원원과도 아쉬운 이별을 하게 된다.

 그때 서안에서 봉기한 이자성은 명나라의 주력부대가 변방으로 이동한 틈을 타서 농민반란군을 이끌고 파죽지세로 베이징으로 진격한다. 급보를 들은 오삼계는 베이징으로 진군하던 중 자금성이 이미 함락됐고 숭정제도 자살했다는 비보를 접하고 회군한다.

 그러나 이자성의 부장이 애첩인 진원원을 빼앗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 오삼계는 오히려 산해관을 활짝 열어 청군에게 투항함과 동시에 베이징으로 진격하는 청군의 선봉에 서게 된다.

 만주에서 중원으로 진출하는 전략적 요충인 산해관의 현판에는 ‘천하제일관’이라고 쓰여 있지만 그 글자가 무색하게도 청군은 명나라의 3분의 1도 못 되는 군사로 무혈 입성한 것이다.

 만리장성은 동쪽 산해관에서 서쪽 가욕관에 이르는 총연장 약 6400㎞의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토목공사 유적이라고 한다.

 그 기원은 춘추시대의 제나라에서 비롯되며 통일을 이룬 진시황제는 서쪽 감숙성에서 동쪽 요양에 이르는 장성을 구축해 흉노를 방어했다. 그 후 한 무제는 서쪽 끝 옥문관까지 연장했는데 장성이 동쪽 산해관에서 서쪽 가곡관에 이르는 오늘날의 규모를 갖춘 것은 명대에 들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처럼 가장 심혈을 기울여 장성을 완성한 명 왕조가 그 관문인 산해관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청군에게 내주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역사적인 교훈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전혀 역사를 배울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난해 IT기술의 해외 유출이 심각하다는 정보통신부의 발표가 있었다. 우리나라가 비록 IT분야에서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해외 유출이 계속 일어난다면 현재의 명성은 어느 순간에 물거품으로 변할지 모른다.

 정통부 자료에 따르면 IT기술을 유출한 사람의 69%가 퇴직사원이고 17%는 현직사원이다. 내부 관련자가 태반을 차지했다는 것은 우리의 정보보호 수준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말해준다.

 IT기술 유출로 인한 우리 기업의 이익감소는 92%에 달한다. 이 같은 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파악할 때 국내 IT산업은 물론이고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보보호가 필수적임은 자명하다.

 그동안 학계는 정보보호를 침해하는 주범은 내부인이며 그들에 의한 정보유출이 훨씬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꾸준히 발표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은 내부인에 대한 정보보호 관리가 미흡하다. 이제는 우리 기업도 명나라가 패망한 주된 원인이 내부인 때문이었다는 평범한 진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IT 관련 내부인에 대한 불만족 관리 및 배려, 정보보호에 대한 경영진의 깊은 관심, 정보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 등 대책이 시급하다.

◆단국대학교 상경학부 오재인 교수 jioh@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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