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김광태 퓨쳐시스템 사장(2)

(2)재정난에 회사 팔기로 결정

 사업을 하다 보면 수많은 크고 작은 위기를 맞게 된다. 때로는 그 위기가 도전의식을 불태우게도 하고, 때로는 정반대로 사업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접고 싶은 생각이 들게도 한다. 전자의 경우라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겠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사업의 존폐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위기는 때로는 독으로, 때로는 약으로 작용하는 이중적인 요물이다.

 퓨쳐시스템을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금위기에 직면했다. 사무실을 얻고 사무기기 몇 개를 들여놓으니 금세 초기 자본금이 바닥을 드러냈다. 시장규모도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고 모든 환경이 사업 전 구상하던 것과는 너무도 달라 창업 초기부터 자금난에 시달렸다. 이 시기의 위기를 거치면서 현실과 이상의 격차를 뼈저리게 실감했고 사업이란 것이 이상과 현실을 얼마나 근접시켜 그 간격을 최소화하느냐가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됐다.

 창업한 지 5년 후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기가 찾아왔다. 이번에도 운영자금이 문제였다. 자체개발제품을 만들기로 하고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을 때였다. 개발용역이 줄어들면서 수입은 점차 줄어들고 개발비 지출은 지속됐다. 적자가 누적되는가 싶더니 마침내 회사를 더 꾸려나가지 못할 형편에 이르게 된 것이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아는 선배나 사장님들도 만나고 투자자들도 만났다. 그러나 당시는 저유가, 저금리, 저달러의 3저 호황이 끝나고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휩쓸던 때였다. 잘되는 회사가 없었으니 자금을 빌릴 만한 회사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는 지금처럼 벤처투자도 활성화되지 않은 때였다. 벤처투자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없어 투자자는 투자한 지 한 달 만에 완성된 제품과 같은 결과치를 기대하곤 했다. 기술에 대한 장기적 투자라는 인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지금처럼 주식시장, 은행대출을 통한 자금확보도 쉽지 않았다.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해 보았지만 도저히 자금을 확보할 방법이 없었다. 이제 남은 선택은 회사를 매각하는 것뿐이었다. 매각을 하고자 하는 결정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젊은 나이에 창업을 하고 5년 동안 나름대로 온갖 열정과 성의를 다해 이끌어온 회사였다. 더구나 의욕적으로 자체 개발품을 만들려던 중이어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더했다.

 매각할 만한 회사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개발중이던 TCP/IP 제품을 판매하는 경쟁회사였던 모 회사에 매각 의사를 전달했고 그쪽에서도 인수 의사가 있다는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 협상을 통해 금액까지 결정됐다. 매각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암초가 있었다. 인수하기로 했던 회사가 인수 자금 조달에 실패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매각협상이 결렬됐다.

 매각협상이 결렬된 것을 슬퍼해야 할지 반가워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매각 대상을 찾아 볼 수도 있었지만 나는 생각을 바꿨다. ‘다시 한 번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력으로 버텨보자.’ 물론 매각까지 결심했던 상황인만큼 헤쳐나가는 것이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풀린 신발끈을 고쳐 매고 다시 뛰기로 결심했다.

 이런저런 여러 번의 위기를 넘기면서 얻은 것이라면, 경험 없이 시작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각고의 노력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자생적인 경쟁력을 키웠고 또 위기를 이겨낸 경험을 밑바탕으로 어떤 경우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남다른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지금의 위기의 크기를 속단하지 말라는 교훈도 얻었다.

 떡은 남의 떡이 커보이고 어려움은 내 앞의 어려움이 더 커보이는 법이다. 지금은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인 듯하지만 시간이 지난 다음 돌아보면 아무 것도 아닌 작은 돌부리일 수도 있다. 짐짓 내 앞의 위기를 과대평가하고 지레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다.

 회사가 남의 손에 넘어갈 뻔한 위기를 잘 견뎌내고 93년과 94년 커다란 성장을 일굴 수 있었다. 그러나 창업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1995년, ‘퓨쳐 TCP/IP’로 승승장구하며 성장 일로에 있던 퓨쳐시스템에 창업 이래 최대의 위기가 찾아온다.

ktkim@future.co.kr

사진: 1996년 코엑스에서 개최된 SEK 전시회에 첫 자체 개발제품인 퓨쳐TCP/IP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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