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GSM 로드맵` 활용이 관건

 전세계 GSM 단말기 특허기술 동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GSM 특허기술 로드맵이 드디어 완성됐다. 이 특허기술 로드맵에는 GSM의 본고장인 유럽을 비롯해 미국·일본 등 주요 수출시장에 출원된 휴대폰 제조 기반기술 현황 및 분쟁 사례가 상세히 담겨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GSM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노키아·모토로라·지멘스·에릭슨·알카텔 등 5개 기업의 2∼3세대 이동통신 특허분석과 선진기업의 지적재산권 전략도 제시돼 있다고 한다.

 단순하게 보면 특정 산업기술 특허맵에 지나지 않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GSM 특허 로드맵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동안 국내 중소 휴대폰 업체들이 정부에 특허 로드맵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것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맞춤형 지원정책의 성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번 특허 로드맵의 활용에 따른 효과가 크게 기대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특허기술 로드맵은 전세계 관련 기술개발 현황 및 향후 발전 방향을 기술 추세에 맞게 작성한 것이다. 이러한 특허기술 로드맵은 관련 기업들이 연구개발 방향이나 전략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주어 중복투자와 국제 특허분쟁을 미리 막을 있는 등 산업경쟁력 향상에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휴대폰의 경우 최근 관련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특허 공세를 강화하면서 특허 로드맵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대기업과 달리 크로스 라이선스(특허 상호인정) 체결을 위한 대응 특허를 보유하지 못한 중소기업은 그동안 특허 압박이 강화되면서 적잖이 속앓이를 해왔던 실정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 로드맵 완성은 특허 정보 접근력이 취약한 국내 중소단말기 생산업체들에는 큰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 대부분이 그동안 비밀유지계약(NDA)에 따라 특허 협상을 물밑에서 진행해 온 상황이어서 협상 정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또 대응 특허를 보유하지 못한 중소기업들로서는 특허 분쟁 발생시 승산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GMS 휴대폰 기반기술을 상세히 조사 분석해 대응전략을 마련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는 휴대폰 단축다이얼·소비전력 제어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경고장을 발송해 왔고, 또 중견 휴대폰 업체마다 많게는 4개 이상의 기업으로부터 로열티 협상 참여를 요구받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 로드맵은 그동안 특허분쟁을 우려해 유럽·미국 등 해외시장 개척에 한계를 보여온 중견 휴대폰 업체들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허 침해 가능성이 있는 회사와 기술을 사전에 파악, 특허 소송을 피할 수 있는 공백기술 및 회피설계 방안을 강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GSM 특허기술 로드맵이 완성됐다고 해서 선진기술 기업의 특허 공세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 400여개 GSM 핵심기술 특허의 99%를 해외 업체가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이 별도로 가진 잠재적인 휴대폰 특허기술만도 4000여개가 넘고 앞으로 이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는 GSM 휴대폰 제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내 기업들이 이 로드맵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해 특허관리나 대응체계를 갖추느냐가 중요하다.

 능동적인 대응체계 구축과는 별도로 휴대폰 기업들 스스로 원천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특허 공세를 피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술개발비 확대와 전문인력 양성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기술이 국가경쟁력과 생존의 원천임을 기업들은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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