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라이선스 방식인 ‘기업단위일괄계약(EA:Enterprise Agreement)’의 재계약 과정에서 불거진 하나은행과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 간 갈등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물밑 협상채널을 가동해 온 하나은행과 한국MS는 감정의 골과 계약상 이견을 좁히고 법적 공방 대신 합의를 통해 해결하기로 하고, 지난 주말까지 합의서 작성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는 16일이나 17일께 이와 관련된 공동 보도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지난 3월 중순 발생한 SW 불법복제 논란은 사건 발생 두 달 만에 일단락될 전망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SW 사용계약을 놓고 빚어진 양사의 갈등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율되고 있다”며 “이번주 초에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양사 공동의 보도문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합의문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지만 지난해 11월 말 하나은행의 3년 EA 계약 만료 이후 한국MS와 하나은행이 각각 제시한 재계약 물량의 차이를 줄이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당시 협상 과정에서 양사의 가격 차는 약 2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EA 계약 기간 증가된 사용자 분에 대해 하나은행이 추가 정산하는 형식으로 매듭을 풀 것이라는 게 금융권과 SW업계의 관측이다.
결국 사실 여부를 떠나 불법복제 SW를 사용했다는 주장으로 불명예를 안은 하나은행과 그동안 모호한 라이선스 정책을 영업에 활용해 온 한국MS 모두 이번 사태를 조기에 매듭짓고 각각 명예회복과 타 기업 대상 영업을 준비하는 것이 실리적이라는 판단이 양사 모두 내부적으로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업계는 다음주 하나은행과 한국MS가 내놓을 합의 내용이 향후 대형 SW 수요기업의 라이선스 관리와 저작권사의 영업정책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하나은행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강도의 SW 관리정책을 수립, 전사적으로 시스템화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전 지점 PC에 탑재된 SW를 점검, 체계적인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우고 관련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비업무용·비인가 SW 등의 임의 설치 및 활용을 추적·차단할 뿐만 아니라 PC 재고관리까지 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단일 SW·HW 공급자에 대한 종속성을 탈피한다는 전략적 정책목표를 세우고 있어 이른바 ‘이중(듀얼) 스탠더드’를 구현하기 위한 세부작업이 병행될 전망이다.
이번 공방은 국내 SW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업체의 영업정책과 기존 관행에 안주해 왔던 대기업의 SW 라이선스 관리에 따라 빚어진 것으로 유사한 환경에 놓인 국내 대기업들의 관심을 환기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SW 수요기업들이 저작권사의 라이선스 정책을 정확히 이해하고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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