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토즈소프트가 ‘미르의 전설 2’와 ‘A3’에서 벗어나 올 하반기부터는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예정이다. 자체 개발보다는 타 회사의 게임으로 돈을 번다는 이미지를 완전히 털고 개발사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획기적인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액토즈소프트는 올해에만 3개의 자체 게임과 2∼3개의 퍼블리싱 작품을 발표할 계획이다. 배성곤(37) 본부장은 이처럼 중요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액토즈소프트의 국내 사업을 총괄하며 앞으로 펼쳐질 다양한 사업들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 인물이다. 액토즈소프트의 독수리 5형제, 야전사령관은 바로 그를 지칭하는 말이다.
# 좋은 작품 줄 서 있다
“지금 개발 중인 게임이 3개입니다. ‘라테일’ ‘다빈치’ ‘C-프로젝트’ 등이죠. 6월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인데 모두 괜찮은 작품입니다. 흔히 액토즈소프트를 퍼블리셔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원래 개발사입니다. 그동안 쌓았던 게임 노하우를 이 세 작품을 통해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아요.”
배 본부장은 작은 눈을 반짝 빛내며 힘주어 말했다. 그는 게임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는데 먼저 ‘라테일’은 팬터지 세계관에 10대 취향의 코드와 현대적인 감성을 하나로 묶은 작품. MMORPG이지만 기존의 것과 달리 가볍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로 개발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칭 ‘다빈치’는 회사에서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게임으로 기존 MMORPG의 단순 사냥 시스템을 배제하고 전투 자체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추구한다. ‘천년’과 ‘마지막 왕국’ 등 1세대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2년여 넘게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마지막 ‘C-프로젝트’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형태의 게임으로 미지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모험을 다룬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 ‘A3’로 국내 게임시장 흐름 바꿔
배 본부장은 1995년 대학을 졸업하고 대림자동차에 입사하면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대림자동차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는데 사보나 광고, 홍보 등 다양한 일을 홀로 처리하면서 ‘어떤 것을 대중에게 알리는’ 감각을 깨우쳤다. 그러다 2000년 3월 10일자로 액토즈소프트로 자리를 옮겼다.
평소 알고 지냈던 지인의 권유로 생소한 분야였던 게임계로 오게 된 것이다. 자리를 옮기고 처음 시작한 일이 바로 온라인 게임 ‘천년’의 마케팅이었다. 게임 마케팅이라면 지금은 한 가닥하지만 당시 그는 일반적인 마케팅이론만으로 게임에 접근해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여러 작품들을 거치면서 조금씩 눈이 떠졌고, 이윽고 국내 온라인 게임사의 한 획을 그은 ‘A3’에 이르러서는 하나의 확신을 가지게 됐다. 그것은 바로 게임도 규모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
“저희로는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지금은 게임산업이 규모 성장으로 전환됐지만 그때는 질적 성장이었어요. ‘A3’ 전과 후의 국내 게임산업은 성격이 다릅니다. 예전의 풍토가 개발 지향적이었다면 현재 게임산업은 마케팅과 시장 지향입니다. ‘A3’가 최초였죠.”
‘A3’는 국내 최초의 성인용 온라인 게임으로, 모두가 꺼려했던 ‘18세 이용가’ 등급을 목표로 삼았고 오픈 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성인’이라는 단어를 야하고 폭력적인 요소로 치부하지 않고 성인을 위한 ‘아늑한 공간’을 마케팅의 핵심으로 밀었다.
관계자들은 10대가 주축인 게임시장에서 성인을 위한 게임은 안된다고 우려했지만 결과는 대성공. 오픈 베타 테스트에서 5만명이 넘는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했고 정식 서비스에서는 3만5000명의 성인 유저가 동시에 접속했다. 성인 인증 시스템도 타 게임처럼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아니라, 무려 3단계에 걸쳐 본인임을 까다롭게 따졌다.
현재 ‘A3’는 국내 온라인 게임 중 가장 매너 좋고 유저들의 관계가 굳건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일단 여기에 몸을 담으면 욕설과 비매너가 난무하는 타 온라인 게임은 접속하기 힘들어진다.
# 잠재 게임인구 3억명
“샨다가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 것은 자본에 대한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보면 곤란해요. 자본은 전 세계 시장에서 흘러 다니죠. 대주주의 개인 지분이 샨다로 넘어갔지만 이것도 시장의 논리입니다. 또 샨다는 나스닥에 상장한 회사고 이런 대주주가 회사의 미래에 대해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부인할 사람은 없습니다.”
배 본부장은 가장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샨다 얘기를 꺼냈다. 그는 감정적으로 중국에 팔았다고 볼 수 있고, 하필이면 중국이냐는 소리도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의 자본이 아니니까 문제 삼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도 액토즈소프트와 아무런 차이가 없으며 이런 것들이 글로벌 자본의 흐름에 위배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중국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회사에게 액토즈소프트만큼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시장은 정말 거대합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잠재 유저를 3억명으로 봅니다. 인프라가 생각보다 좋고 유저들의 게임에 대한 열망도 강해요. 게임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국 파트너와 계약후에도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큰일납니다.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 그때부터가 시작이라는 점을 꼭 말하고 싶습니다.”
국내 게임업계를 걱정하며 오랜 경험을 통해 그가 깨달은 마지막 당부였다.
<김성진기자 @전자신문,harang@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p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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