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과학기술부가 대통령 연두업무 보고에서 국산 프레젠테이션 SW를 사용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오명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연두업무 보고를 하면서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파워포인트’ 대신 한글과컴퓨터의 ‘한컴슬라이더2005’를 사용한 것이다. 연두업무 보고에서 국산 SW를 사용한 것이 주목을 끈 이유는 그만큼 국산 SW산업을 진흥해야 한다는 범국가적 차원의 의지를 과기부가 솔선해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한글과컴퓨터가 청와대 비서실과 전산실에 자사의 오피스제품인 ‘한컴오피스 2005’를 200카피 공급한 사건(?)은 국산 SW의 척박한 현실에 적지 않은 의미로 다가온다. 공급가격은 1400여만원이 채 안 되지만 국내 최고기관인 청와대가 MS의 오피스 대신 토종 오피스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SW의 최대 수요처라 할 수 있는 공공기관 시장은 국산 SW업체들이 진출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앞서 진입한 외산 SW업체들이 처 놓은 진입장벽과 함께 품질이 떨어진다는 편견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미 구축돼 사용하고 있는 솔루션을 대체해 들어간다는 것은 도입하는 측이나 공급하는 측 모두 어려움이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한컴오피스를 도입한다는 사실 자체가 갖는 상징성은 무한하다. 비록 오피스솔루션이라는 부분적 도입이지만 실제 업무에 국산SW를 적용함으로써 성능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한편, 상위기관에서 국산SW를 솔선수범해 사용한다는 것이 공공기관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95년 ‘아래아한글 오피스 3.0’을 처음으로 시장에 내놓으며 10년 동안 MS와 힘겨운 경쟁을 벌여 온 한컴은 이번 공급으로 큰 힘을 얻게 됐다. 청와대 입성을 토대로 이제는 오피스 시장을 장악해 온 MS와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는 자신감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청와대의 국산오피스 도입이 한컴을 비롯한 국산SW 업체가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이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컴퓨터산업부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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