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국내 IT산업의 급격한 발전은 초고속인터넷과 이동전화의 성장과 궤적을 같이해 왔고, 통신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DMB·와이브로 등의 신규 서비스들도 모두 초고속인터넷과 이동전화의 영역에서 파생되고 있어 여전히 이 두 서비스가 IT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이 두 서비스 간 성장속도에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단순 음성통화에서 시작된 이동전화가 동영상 기능을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각종 정보 및 미디어와 결합하면서 컨버전스의 중심으로 급격히 진화하는 반면 초고속인터넷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성장에 활기를 잃고 있다.
이러한 초고속인터넷의 성장정체를 통신환경 관점이 아니라 소비자의 시각에서 보면, 다음의 세 가지 요인이 구조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서비스 관여도의 문제다. 이동전화가 개인고객 대상의 차별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초고속인터넷은 가구고객 대상의 비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관여수준에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즉 이동전화는 개인화된 상품이므로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고, 초고속인터넷은 가구원 간 공동사용으로 인해 상품에 대한 관심이 낮게 나타난다. 이러한 관여수준의 차이는 결국 시장의 변화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환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둘째, 서비스 일체감의 문제다. 소비자는 이동전화에 대해 서비스와 단말기를 분리하지 않는 반면, 초고속인터넷은 서비스와 단말기를 완전히 분리해 생각한다. 이는 이동전화 가입은 통신망과 단말기의 종속적·동시적 구입을 유발하지만, 초고속인터넷 가입은 통신망과 단말기의 구매가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기인한다. 서비스 일체감이 중요한 것은 무형의 서비스가 유형의 단말기와 결합해 서비스 가시성이 높아지고, 이러한 가시성이 다시 고객만족도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셋째, 서비스 완전성의 문제다. 소비자는 최신기술에 열광하기보다는 최신기술의 집약체인 상품과 그 이미지에 열광한다. 초고속인터넷은 유선에서 무선으로 기술적으로 진화하였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본질적 효용에는 차이가 없으며, 아직도 통신인프라로서의 성격을 가질 뿐 상품가치를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동전화는 기술의 진보보다는 최신기능과 콘텐츠의 신속한 수용을 통해 본질적 효용의 진화를 추구하고 있고, 더욱이 이동전화 브랜드는 물리적 완전재의 개념을 넘어서 사회적 상징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상에서 열거한 것처럼 초고속인터넷이 구조적 열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상품의 가치명제(value proposition)를 바꿀 필요가 있다. 시장의 성숙과 기술의 평준화로 기존에 경쟁우위 요소였던 품질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요조건이 아니라 충분조건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이제는 소비자가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확장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전술한 세 가지 요인을 기반으로 초고속인터넷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현재 이동전화가 ‘커뮤니케이션 채널’에서 ‘모바일 허브’로 진화하는 것처럼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도 단순히 ‘인터넷 솔루션 프로바이더(Internet Solution Provider)’에서 소비자의 모든 인터넷 활동을 지원하고 도와주며 인터넷으로 인한 각종 삶의 폐해를 치유하는 ‘인터넷 라이프 파트너(Internet Life Partner)’로 새롭게 ‘가치이동’을 해야 할 시점에 직면해 있다. 예를 들어 PC에 대한 무상점검이나 바이러스·해킹 방지 프로그램의 보급을 통한 안전한 PC 구현으로 단말기와 서비스의 일체감을 높일 수 있고, 인터넷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이나 가구 단위의 ‘로열티 프로그램’의 도입 및 댁내 통신인프라 진단서비스 등으로 가구원의 서비스 관여도를 높일 수 있다. 또 브랜드 가치제고 활동과 신규서비스와의 결합, 자살방지나 성 윤리의식 단체 등의 후원을 통해 사회적 공공재로서 건전한 이미지를 구축해 상품의 완전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가치이동 활동을 통해 초고속인터넷의 열위요인인 서비스 관여도와 일체감 및 완전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며, 이는 초고속인터넷의 새로운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KT 마케팅연구소 황민우 연구원 mwhwang@k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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