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몸 담고 있는 산업자원부에서는 작년부터 ‘중소기업 현장체험단’을 운용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중소기업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직접 발로 뛰는 프로그램이다. 생생한 현장경험을 통해 기업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역지사지 입장에서 잘못된 제도를 고쳐 나가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지난 3월 체험단의 일원으로서 방문하게 된 곳은 경기 파주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일명 북시티) 내 복합영화상영관이었다. 사장님과 면담해 보니 영화관뿐만 아니라 출판단지 전체와 관련된 문제점이 산적해 있었다. 한마디로 일반인이 쉽게 이용하고 접근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없었다.
도로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고 안내 표지판이 없어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갈팡질팡하기 일쑤라고 한다. 대중교통편도 없어 단체 영화관람은 물론이고 1만여명에 달하는 출판단지 직원의 출퇴근에도 애로가 많았다. 어떤 이는 군사지역이라 고도제한에 묶여 시설투자를 해놓고도 무용지물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마음에 사장님과 함께 민원서류를 들고 파주시청과 군부대를 방문했다. 관계기관을 다니며 열심히 설명한 결과 파주시청과 단지 내 안내 표지판, 자유로 이정표 설치, 마을버스 노선 신설 등에 합의했다.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일부 해결 가능성을 찾기는 했지만 과연 실제로 업체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안타까울 뿐이었다.
“저 혼자 해결하려고 하니 많이 힘들었는데 정부에서 오신 분들과 같이 다니니 훨씬 쉽네요”라며 연신 고마움을 나타내는 사장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됐다.
이제는 간단한 민원을 대할 때도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종전에는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안 된다’라는 규정을 먼저 떠올렸으나, 이제는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세로 변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3일간의 체험은 공무원으로서 잊지 못할 소중한 교훈을 내게 남겨 주었다.
김은경 산업자원부 수출입조사과 조사관 eunkyung@moci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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