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상상력이 주어지면서 인류는 호러를 만들어왔다. 상상력은 공포의 대상을 만들고 그것에 대응하기를 무한히 반복하며 스스로 공포와 해방의 수레바퀴에 밀어 넣는다. 문화 발달과 함께 호러는 수 많은 콘텐츠에 등장해왔다.
게임도 예외는 아니어서 1980년 애플용으로 게임이 첫 등장한 이래 다양한 호러게임이 출시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온라인 호러 MMORPG 1호 ‘다크에덴’은 색다른 호러의 세계를 펼쳐보이며 스테디 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다크에덴’ 개발사 소프톤엔터테인먼트의 개발2팀을 맡고 있는 박태욱팀장(30)은 호러의 매력에 푹 빠져 청춘을 불사르고 있는 개발자다.
곱상해 보이는 외모에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 박팀장은 얼핏보기엔 전혀 ‘호러틱’하지가 않다. 그 자신도 “어렸을적부터 겁이 참 많았다”면서 겸연쩍어한다. 그러나 사실 인간은 누구나 막연한 공포의 대상에 묘한 호기심을 갖고 있다. 접근해선 안되는 ‘금기’임에도 왠지 막연히 다가서고 싶은 본능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의미이다.
박 팀장은 “흡혈귀인 뱀파이어가 피를 빨아먹는 것을 보고는 공포에 질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며 “그래서 호러영화나 호러게임 같은 호러물들은 가장 ‘마니아틱’하면서도 ‘대중적’이라는 이중성을 띠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 호러와의 ‘잘된 만남’
지금은 국내 대표적인 호러게임 기획자이자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박팀장의 호러와의 인연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그는 원래 호러쪽보다는 SF(공상과학)나 팬터지 쪽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실제 그는 2000년 스포츠투데이 제 1회 신춘문예 게임시나리오 부분에서 ‘KUKUT’란 팀으로 SF 소방 시뮬레이션 게임 ‘불 좀 꺼주세요’로 당선됐으며, 2001년엔 천리안 문단작가 공모에서 팬터지 소설 ‘누리나 숲’으로 등단했다. 같은 해에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제 2회 게임시나리오 및 소재 공모전에선 어드벤쳐 게임 ‘그림자의 그림자를 찾아서’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했다.
그가 호러를 처음 접한 것은 2002년 대학(한양대 물리학과)을 졸업하고 POEX란 회사에서 호러플래시무비사이트 ‘Metuo.com’을 개발하면서 부터. 이것이 인연이돼 그해 ‘다크에덴’을 서비스 중인 소프톤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하게됐고, 이것이 호러게임의 세계에 빠지는 계기가됐다.
이후 호러 MMORPG의 대표작 ‘다크에덴’의 패치를 맡으면서 호러게임에 심취한 그는 2003년초부터 ‘다크에덴’ 후속작으로 풀 3D 호러 MMORPG 일명 ‘D2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 팀장은 그러나 “SF, 팬터지, 호러의 공통점은 무한한 인간의 상상력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라며 “어찌보면 타고날때부터 호러와 깊은 인연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호러, 호러게임을 말하다
“ ‘호러’란 ‘금기’, 즉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에서 출발합니다.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호러지요. 그만큼 창작의 통이 큽니다. 호러게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박팀장은 게임은 인간을 호러에 밀어 넣기에 가장 진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하드웨어의 발달로 시각, 청각뿐만 아니라 촉각까지도 자극시키며 공포라는 냄새에 취하게 하는 것이 호러이며, 스스로 상황을 전개시켜 나가야 하기에 순식간에 감정을 이입시키며 높은 몰입도를 부여하는 것이 호러라고 덧붙였다.
그 만의 호러학 개론은 계속됐다. “호러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양극화되어 있습니다. 크게 호러를 즐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누어집니다. 호러라는 장르는 대단히 마니악하면서도 동시에 대중적인 셈이지요. 말초 신경을 한계까지 자극하는 감정은 공포와 쾌락이며, 이 두 가지 감정에는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습니다.” 박 팀장은 “공포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이 안에서 쾌락을 느끼는 사람”이라며 이것이 바로 호러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호러물을 자주 접하다보니, 호러물을 보면 무섭거나 두려움을 느끼기 보다는 우선 ‘어떻게 만들었을까’하며 분석부터 한다”고 했다. 어렸을때는 공포영화를 보면 잠도 잘 못잤지만, 이제 호러에 관한한 ‘직업병’ 증세까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 꿈은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
박 팀장은 요즘 ‘D2프로젝트’에 올인했다. 자나깨나 D2 생각 뿐이다. 중간에 합류한 ‘다크에덴’과 달리 ‘D2’는 자신이 처음부터 기획한 프로젝트인 만큼 더 막중한 부담감을 느낀단다. 그러면서도 이내 ‘D2’자랑이다. “ ‘D2’는 15C와 21C가 ‘다크에덴’이라는 공간에서 하나로 연결되면서 ‘고딕 펑크’라는 독특한 장르로 표현될 것입니다.
흔히 떠올리는 고딕 풍의 고성에서 검은 망토를 두른 중세적 뱀파이어와 영화 ‘블레이드’에서 표현되는 어두운 대도시의 뒷골목에 등장하는 펑크한 뱀파이어가 하나로 어우러져 전작과는 또 다른 뱀파이어들의 세계를 표현할 것입니다.” 그는 ‘D2’가 뱀파이어에서 떠올릴 수 있는 ‘호러’ ‘블러드’ ‘섹슈얼리티’ ‘킬링’이라는 4가지 자극적 요소가 유저로 하여금 깊은 호러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박팀장은 ‘D2’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늘 가슴속에 품고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가 되는것이 꿈이다. 이미 ‘D2’ 시나리오를 홈페이지에 연재해 인기를 끌었다. “원래부터 스릴러물을 좋아했어요. ‘양들의 침묵’ 작가인 스티븐킹과 ‘주라기공원’을 쓴 마이클 크라이튼을 특히 존경합니다. 공포스런 느낌과 자극적인 분위기, 사실적인 묘사가 아주 매력적이거든요.” 그는 언젠가 나이가 들어 내공이 많이 쌓이면 꼭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한번 쓰고 싶다고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
많이 본 뉴스
-
1
스타링크 이어 원웹, 韓 온다…위성통신 시대 눈앞
-
2
단독CS, 서울지점 결국 '해산'...한국서 발 뺀다
-
3
LG 임직원만 쓰는 '챗엑사원' 써보니…결과 보여준 배경·이유까지 '술술'
-
4
美 마이크론 HBM3E 16단 양산 준비…차세대 HBM '韓 위협'
-
5
[전문]尹, 대국민 담화..“유혈 사태 막기 위해 응한다”
-
6
초경량 카나나 나노, 중형급 뺨치는 성능
-
7
'파산' 노스볼트,배터리 재활용 합작사 지분 전량 매각
-
8
NHN클라우드, 클라우드 자격증 내놨다···시장 주도권 경쟁 가열
-
9
BYD, 전기차 4종 판매 확정…아토3 3190만원·씰 4290만원·돌핀 2600만원·시라이언7 4490만원
-
10
DS단석, 'HVO PTU 생산' SAF 원료 美 수출 임박…유럽 진출 호재 기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