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영재들을 받아 교육하는 곳(得天下英材而育之).’ 중국의 각 성에서 1·2등 하던 수재 중의 수재들만을 뽑아 국가 최고의 엘리트를 키워내는 칭화대의 자존심을 일컫는 표현이다.
최근 필자는 해외 우수 클러스터 탐방을 목적으로 주요 경쟁국을 둘러보면서 선진국이 모두 혁신클러스터 육성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고 있지만, 특히 중국 대학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칭화대에서 세계 최고를 추구하는 중국인의 대국적 기질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드넓은 캠퍼스에서 넘쳐나는 ‘혁신’의 활기가 인상적인 칭화대는 거대 기업이나 다름없는 중국식의 독특한 산·학협력 시스템을 야심차게 진행중이다. ‘중국의 과학기술원’으로 불릴 정도인 공과대학을 기반으로 첨단기술 연구성과를 바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대학 내에 ‘과학기술개발부’라는 기술이전 조직까지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1994년 설립된 칭화과기원은 칭화대의 독특한 산·학협동 시스템을 대변하는 일종의 회사이자, 산업단지다. 창업을 꿈꾸는 교수와 학생의 학내 벤처에 대한 인큐베이팅 및 기술인력 양성을 맡고 있지만 사업 규모는 재벌기업 수준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01년 중국 최초로 대학에서 설립한 산업단지다. 칭화대와 맞붙은 과학기술단지와 함께 쿤산, 주하이 등 중국 주요 경제지역 6곳에 총 2026만평 규모에 달하는 산업단지를 2006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칭화단지는 본부단지 격으로 주로 연구개발과 인큐베이팅을 맡고, 지사격의 6개 지방단지는 본부단지에서 발굴된 신기술과 첨단제품을 산업화하는 물적 인프라로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지식형 클러스터를 육성하기 위해 발빠른 변화도 모색하고 있어 주목된다. 첨단 IT기술과 문화산업을 결합한 150만평 규모의 화칭스룽(華淸石龍) 문화단지를 칭화대에서 20㎞ 떨어진 곳(베이징시 먼터우거우구)에 조성할 계획이다.
대학이 직접 설립한 기업인 ‘샤오반(校辦)기업’으로 불리는 학교기업도 무서운 잠재력을 보여준다. 현재 100여개 기업을 운영중이며, 한 해 매출액은 200억위안(약 2조5000억원)에 달할 정도다. 대학이 직접 경영하다가 최근 경영 효율을 위해 5개의 지주회사를 통해 주식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대표적 지주회사인 칭화지주유한공사는 6개 상장사를 포함해 46개사를 관리하고 있다. 이들 자회사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은 고스란히 칭화대로 들어가 대학 재정을 풍족하게 하고 인재양성과 기술개발에 재투자되는 선순환을 이루는 시스템이다.
선진 첨단기술의 과감한 도입을 위해 세계적인 외국기업의 유치과 연구소와의 국제교류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실리콘밸리 등에서 한수 배운 고급인력의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 유학파의 귀국을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이른바 해귀 전략으로 칭화대 창업기업의 80%를 외국 유학생이 설립했고, 이 중 칭화대 출신이 90%에 달한다.
‘스스로 끊임없이 강하게 만들고, 덕을 쌓은 위에 물질적인 발달을 꾀한다(自强不息 厚德載物).’ 역경(易經)에서 따온 칭화대의 교훈이다. 중국의 권력층을 대청(大淸)제국이라 부를 정도로 칭화대 이공계 출신들은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정계를 석권한 칭화방들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선도하게 된 것은 바로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칭화대의 개방적 학풍이 시대의 요구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산·학협력을 넘어 교육·연구개발·기업이 삼위일체를 이루는 중국식 ‘산·학일체’를 통해 중국의 미래를 걸고 있는 칭화대의 새로운 실험이 중국의 활력이자 동력원이 되는 것을 보며 부러움을 넘어 두려움을 느꼈다.
◆김칠두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cdkim@esand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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