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부품소재 사업 난항

의욕적으로 부품소재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일진·이수 그룹과 삼양사가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진그룹·이수그룹·삼양사 등 중견 그룹의 부품소재 관련 계열사들의 매출이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신제품 출시도 늦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업체는 고육책으로 상장 폐지나 기업 분할을 택하기도 했다.

 이는 중견 그룹의 부품소재 업체들이 급속도로 변하는 전자 산업의 발전 속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한물 지난 제품에 힘을 쏟거나 개발한 제품의 생산을 안정화하고 수요처를 만드는 데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진그룹 계열사인 일진다이아몬드(대표 신택중 http://www.iljindiamond.co.kr)는 프로젝션TV용 고온폴리실리콘(HTPS) LCD패널 사업에 진출하면서 800억원의 매출 목표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30분의 1 수준인 27억원에 그쳤다. 이 회사는 지난 2003년 프로젝션TV 시장을 겨냥해 세계에서 일본 소니와 세이코엡슨만이 생산하던 HTPS LCD 패널을 개발했지만 작년 이 분야 매출은 2003년 30억원보다도 떨어지는 27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일진다이아몬드 측은 “예상보다 수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서 매출에 차질을 빚었고 예정된 설비 투자도 집행할 수 없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일진그룹은 작년 12월 일진다이아몬드에서 HTPS LCD패널을 전담하는 일진디스플레이를 분리했다. 일진 측은 “디스플레이 산업이 자생력을 갖췄기 때문에 분리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부품소재 사업이 부진을 겪으면서 일진다이아몬드 전체가 부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진그룹 계열의 일진나노텍도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탄소나노튜브를 상용화했지만 뚜렷한 수요처가 없어 아직 매출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수그룹 계열사인 이수세라믹(대표 이상경 http://www.isu.co.kr/ceramics)은 브라운관 시장의 호황으로 2000년 733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후 시장의 퇴조로 2002년 648억원으로 떨어졌다. PDP·LCD 등 차세대 제품용 소재를 내놓지 못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508억원으로 미끄러졌다.

 삼양사(대표 김윤·박종헌·김원 http://www.samyang.com)는 지난해 창립 80주년을 맞아 정보전자·디스플레이 소재 진출 방침을 밝혔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품소재 사업은 첨단 제품 개발, 생산 안정화, 적기 공급 등의 조건이 맞아야 한다”며 “이런 조건을 충족하도록 기술력과 생산력, 시장 대처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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