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관할권을 놓고 또다시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다툼을 벌일 모양이다. 최근 방송위가 독자적으로 IPTV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정통부가 IPTV 관련 정책 조정을 하고 있는 국무조정실 멀티미디어정책협의회에 이 문제를 추가해 논의하도록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통부로서는 당연하고 올바른 방향 설정이라고 본다. 두 기관이 작년부터 멀티미디어정책협의회를 중심으로 IPTV 관련 정책 문제를 협의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위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시범사업 추진 방침을 밝혔다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가 여기서 두 기관에 싸움을 붙이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럴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다만 현재 국무조정실에서 정책 조정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이를 전혀 도외시한 채 방송위가 독자적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으로 정책조정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조정 제안을 하기 이전에 국무조정실이 먼저 방송위에 제동을 걸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것이 시급한 정책현안이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IPTV는 방송위가 ‘유선 인터넷망을 통해 방송프로그램을 공중에게 보내는 다채널 방송’이라고 정의한 것처럼 가정에서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케이블TV를 통해 방송을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케이블TV망이 아니라 초고속 인터넷망을 보유한 인터넷통신사업자들이 제공하는 TV방송서비스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때문에 방송위와 정통부가 논란을 벌이는 ‘별정방송’이냐, ‘부가통신사업’이냐에 시청자는 관심이 없다. 다양한 전송매체를 통해 깨끗한 영상으로 방송을 즐기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두 기관은 지금까지 영역다툼으로 서비스에 제동을 걸고 있다.
물론 방송위가 IPTV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말 그대로 관련 법·제도 개선 위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속내는 관할 영역으로 두고 규제권한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통부가 제동을 거는 것도 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본다. 이런 두 기관의 주도권 다툼은 막대한 사회·문화적 영향력을 가진 방송과 산업적 영향력이 큰 통신이 융합하는 과정에서 관련 정책을 주도하고 싶은 게 정책기관의 본성이라는 점에서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산업 발전이나 국가 경쟁력 강화, 시청자 편익 증대에 제동을 거는 것이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양 기관이 명분론과 실리론을 내세우면서 대립하는 사이 오래 전부터 IPTV를 준비해 놓고 있는 통신사업자들만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 편익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규제 기관의 입장이 다르다고 묶어두는 것은 어떤 명분을 들이대더라도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비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정통부와 방송위는 명분론과 실리론으로 곳곳에서 충돌해 왔다. 위성DMB 사업도 이해 당사자 간의 다툼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허공에 날려버린 셈이라고 할 수 있다. IPTV도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인터넷주문형콘텐츠(iCOD)로 명칭을 변경하면서까지 충돌을 피해 온 정통부도 이젠 입장을 명확히 정리해야 할 것이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지금까지처럼 관련 부처 간 조정을 통해 풀어 갈 경우 본질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통신·방송 융합형의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이 같은 양상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데이터 시대의 전략적 선택, 엣지 AI
-
2
[ET시론] 2025년을 준비하는 로봇 산업
-
3
[ET톡] 경계해야 할 중국 반도체 장비 자립
-
4
[ET대학포럼] 〈202〉저성장 한국 제조업, 홍익인간에서 길을 찾다
-
5
[사설]국회 '반도체 특별법' 논의 속도 내야
-
6
[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65〉일자리 문제는 시간 싸움
-
7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1〉CES 2025가 보여 줄 'AI 비즈니스 혁신' 3가지
-
8
[GEF 스타트업 이야기] 〈54〉한 없이 절망 했고, 한 없이 기뻤다
-
9
[인사] 신한카드
-
10
[사설] 트럼프 2기 산업 대비책 힘 모아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