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로 추진중인 IT839 전략은 IT분야 8대 신규서비스, 3대 인프라, 9대 신성장 동력을 통해 우리나라가 21세기 세계 IT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이다. 재미있는 것은 8과 3과 9를 더하면 20이 되는데 21이 되기 위해서는 1을 더 더해야 한다는 점이다. 21세기 세계 IT분야를 한국이 선도하기 위해 IT839 전략에 더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면 뭘까. 필자는 기업 간의 ‘코피티션’이 그 해답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코피티션(co-petition)은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의 윈-로스(win-lose) 경쟁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과 협력을 조화시킴으로써,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데는 너나없이 협력하고 파이를 나누는 데는 공정하게 경쟁하는 윈-윈(win-win)의 경쟁을 의미한다. 실익 없이 시장을 독점하기보다 시장을 함께 키워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 모두에게 더 큰 결실을 주는 경우가 많다. 크기가 1인 시장을 독점하는 것과 그 시장을 10으로 키워 반분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나은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21세기에 들어 코피티션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는 디지털 컨버전스의 물결을 타고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영역이 코피티션을 더욱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통신과 자동차가 만난 텔레매틱스, 통신과 가전이 만난 홈네트워크, 통신과 금융이 만난 모바일 뱅킹 등 새롭게 융합된 산업들은 기존 각각의 산업들보다 고객 저변이 넓어지고 연관된 기업들도 다양한 산업에 걸쳐 넓어지며, 새로운 분야인 만큼 조기 육성을 위해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자원 공용화, 공동 R&D 등 관련 플레이어 간의 코피티션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음식점이나 상점에서 계산하다 보면 카운터에 파란빛으로 반짝이는 동그란 모양의 장치를 볼 수 있다. 현재 이동통신 3사에서 공동으로 보급중인 ‘동글(Dongle)’이라는 결제인식기로서, 이동통신과 금융이 결합한 모바일 결제서비스의 핵심 인프라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각사가 호환되지 않는 독자적인 결제인식기를 갖고 보급경쟁을 벌였지만 지금은 이동통신 3사가 기술 표준화, 장비 공용화 및 공동 구축에 합의해 수백억원의 구축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보급 저변을 크게 넓혀 시장 확대와 서비스 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기업 간 생산적 협력을 통해 시장 파이를 키우고 더 큰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이용고객의 편익을 높인 코피티션의 좋은 예다. 이 밖에도 새로운 성장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무선데이터 시장의 확산을 위해 공동 R&D를 통해 공통규격의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사용한다든지 네트워크 공동 구축·사용을 추진하는 것, 시장에서 소모적 과열경쟁을 지양하고 품질·서비스·요금 등 본원적 경쟁력 중심의 깨끗한 경쟁을 전개하는 클린 마케팅을 추진하는 것들도 바람직한 코피티션의 사례들이다.
코피티션을 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대원칙은 그 목적이다. 코피티션의 목적은 고객편익 증진과 산업발전이어야 한다. 제대로 된 코피티션은 단기적이 아니라 장기적, 본질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해당 산업을 발전시켜 기업의 경제적,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소득 2만달러, 선진경제 진입을 목표로 힘찬 재도약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이런 때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 IT를 중심으로 한 컨버전스, 유비쿼터스 시대의 도래는 목표의 실현을 위한 참으로 소중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 호기를 맞아 모든 산업 플레이어들이 과거의 제로섬 게임, ‘승패’ 중심의 사고에서 탈피, 윈-윈의 코피티션에 매진한다면 IT라는 엔진을 단 세계 초강대국 대한민국은 가까운 장래에 우리 앞에 실현될 것이다.
◆남중수 KTF 사장 cso@kt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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