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경련의 `위원회` 카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매달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있다. 둘째주 목요일, 회장단 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전경련 회장단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 구본무 LG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 재계를 대표하는 빅3가 등재돼 있다.

 그래서 회장단 회의에서는 이들 빅3를 동시에 볼 수 있고 이들이 그 달의 경제 이슈에 대해 논의한다는 점에서 기자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회장단 회의가 열리기 하루 이틀 전쯤 이들 빅3 참석 여부에 대한 기사가 의례적으로 신문지면에 고개를 내미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처럼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던 전경련 회장단 회의가 앞으로는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3일 30대 회장으로 선출된 강신호 회장은 전경련을 ‘회장단’에서 ‘위원회’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강 회장은 그 배경으로 위원회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보다 발전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으며 특히 재계 단합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재계의 단합을 위해) 그동안 노력해 봤지만 실제로는 어려웠다”고 말하며 회장단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전경련이 위원회 중심으로 변모한다고 해서 결코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그 동안 쌓아온 위상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이 커지면서 좀더 좋은 정책과 대안을 제시해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거듭날 수 있다.

 하지만 빅3를 비롯한 회장단이 제대로 모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원회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해 나간다는 것은 위험한 판단일 수 있다.

 예컨대 이달 14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 고사 의사를 굳히자 긴급 회장 추대위원회를 구성한 것 그리고 23일 총회에서 회장단 구성에 실패하자 회장단 선정을 위한 전형위원회를 만든 것이 그렇다. 바로 땜질식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한국 400여 대기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진정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다. 전경련이 위상에 걸맞은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경제과학부·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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