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성공의 조건](5.끝)바람직한 정책의 틀

“결합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해법 없이 시장 활성화는 요원하다.”

“주파수만 확보해 놓고 다른 생각하는 사업자들을 견제할 강제 투자조건이 필요하다.”

와이브로 사업자를 선정한지 열흘 남짓 지났지만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1등이든 턱걸이든 상관없이 사업권 확보 이후 해결 과제가 수두룩한 것.

당장 어느 주파수 대역이 더 나은 지를 객관적 근거 조사를 통해 판단해야한다. 또 재원을 만들어 1200여억원에 이르는 일시 출연금도 곧 납부해야한다.

무엇보다도 사업자들의 고민은 와이브로를 기존 서비스와 어떤 관계로 설정해 시장에 자리매김시킬 것이냐다. 수천여쪽에 달하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시장 형성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으로 원론적인 문제 제기가 다시 나오는 것이다.

값비싼 이동전화 무선인터넷을 보완하는 대용량 정액제 데이터 서비스로 갈 것인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겨냥한 이동형 서비스로 갈 것인지, DMB 등과 연계해 방송·통신 융합모델을 만들 것인지 다시 보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뾰족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사업자의 태도가 사업권을 받고난 후 돌변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장비업체들은 사업자들의 조속한 결정을 요구한다. 향후 단말기와 장비 등의 개발에 필수적 요소인 서비스 모델 확정이 하루바삐 정해지지 않으면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 RF칩과 베이스밴드 등 핵심 부품 개발도 마찬가지다. 자칫하면 초기 시장활성화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다시 시선은 정부에 쏠렸다. 기술과 시장진입의 성공, 그리고 세계화를 위한 후속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업자들은 “와이브로가 시장진입에 성공하려면 기존 서비스와의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음성전화 기능을 포함하지 않는 이동형 인터넷서비스에 한계가 있고 유선 초고속인터넷과의 번들링은 가입자 기반을 늘리려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 그러나 이 주장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독점력 전이 등 공정경쟁 이슈가 맞물려 논란거리다.

장비업체들은 “IMT2000처럼 커버리지를 규정하는 등 투자 강제 이행조건을 달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사업권만 확보해놓고 주파수를 사장시킨다면 후방산업 활성화는 요원하다는 것.

결정은 정부에 달렸다. 이달말 허가서 배부시 정책목표를 실현할 구체적인 세부 허가조건을 내걸고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인지 아닌지를 선택하면 된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전문가 제언: 김성철 한국정보통신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hiddentree@icu.ac.kr

소비자 편익 제고와 통신시장 유효경쟁 촉진,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와이브로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가치사슬을 이룬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 활성화 정책을 적기에 내놓고 집행해야 한다.

와이브로는 기존 역무구분을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새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 또한 기존 통신 서비스와 연계한 다양한 번들 상품을 개발하도록 결합서비스를 허용해야 한다. 물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배력이 전이되지 않도록 적절한 감시장치(Safeguards)가 필요하다.

단말기 보조금을 허용해 초기 이용 장벽을 제거해 수요를 촉발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요금제 도입과 자율적인 요금 설정도 유도해야한다. 기존 통신망과 같이 폐쇄형 네트워크가 되지 않도록 MVNO 도입도 폭 넓게 적용해야한다.

효율적 투자를 위한 공동망 구축과 기지국 공용화 등도 유도해야한다. 국·공립공원 등 특수지역은 기지국 공용화를 강제하고 이동전화망 등 이종망과의 로밍 의무화도 필요하다.

역기능도 대응해야 한다. 장애인, 노인 등에 대한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방안도 수립해야한다.

사업자가 계획서에 명시한 투자 약속과 상용화 일정을 지키도록 엄중 감시하는 것도 정부 몫이다. 문제가 있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사업권을 취소하는 등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망 개방, 공동망 구축, 기지국 공용화 등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역행할 경우도 명확하게 책임을 추궁할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와이브로는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첫 IT서비스인 만큼 선진국 정책을 답습하는 이른바 ‘ 정책이전(Policy transfer)’의 관행도 깨야 한다. 각 국이 배워갈 새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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