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엡손에서 마케팅을 총괄하는 박명철 전무(51)는 상당히 말이 빠른 편이다. 왜소한 체격과 날카로운 인상으로 처음에는 대하기가 좀 어렵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다. 다변이지만 말의 군더더기가 없기 때문이다.
흔히 임원이라면 같은 사안이라도 ‘포장’하고 약간의 ‘가공’ 과정을 거칠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솔직하게 단점을 인정한다. 딱히 숨기는 것도 없다. 박 전무의 이런 스타일 덕택에 한국엡손은 마케팅 능력을 한 단계 ‘점프 업’ 할 수 있었다.
“엡손에 온 지 벌써 1년6개월 됐습니다. 엡손은 글로벌 기업이지만 아직도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국내에 진출한 지 7, 8년 정도 됐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엡손의 마케팅 조직을 맡으면서 제일 먼저 다소 뒤떨어지는 시스템을 새로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박 전무가 본 엡손의 문제점은 크게 3가지였다. 전문성이 부족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며 기업 문화가 다소 소극적이라는 점. 그래서 그는 업무를 보다 세분해 담당자가 아이템과 시장별로 더욱 전문성을 갖도록 했다.
시장 점유율과 매출보다는 수익 위주로 아이템과 조직도 정비했다. 일본 기업 문화가 ‘보상(어워드)’보다는 ‘처벌(페널티)’ 문화로 다소 소극적인데, 이도 적극적인 방식으로 개선해 업무 효율을 높였다. 복잡한 직급체제도 팀장제를 도입해 단순화했다.
“과거 2년은 새로운 시스템을 위한 도입 기간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경기 불황 여파도 있었지만 실적이 기대치에 다소 못 미쳤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정착된 올해부터는 새로운 엡손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시장 점유율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대신 수익 면에서는 동종 업계 중 최고로 만들고 싶습니다.”
박 전무는 올해 ‘홈 프린팅’을 모토로 공격 마케팅에 시동을 걸 계획이다.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 시장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엡손의 기술력과 품질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곳곳에 ‘엡손 체험관’을 설치한다는 전략이다.
“프린팅 기술에서는 엡손이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제품에 그만큼 자신이 있는 거죠. 엡손 제품을 한 번 써본 사람은 다른 제품에 눈 돌리지 않습니다. 남은 과제는 이를 브랜드 파워로 이어가는 것입니다. 체험관도 이런 맥락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 경험이 풍부한 박 전무는 엡손이라는 기업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일본계 기업이 처음이라서 모든 게 새롭기 때문이다.
“삼성전자·한국HP·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을 두루 경험했지만 엡손은 이들과 또 다른 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박 전무는 우스갯소리로 “엡손 마케팅을 맡으면서 업무상 사진작가와 예술대학 교수 등을 주로 만난다”며 “‘IT 전문가’에서 ‘예술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톡] 국가AI컴퓨팅센터 '교착'
-
2
[인사] 한국연구재단
-
3
[조현래의 콘텐츠 脈] 〈4〉K콘텐츠 글로벌 확산, 문화 감수성과 콘텐츠 리터러시
-
4
[ET단상] AI 실증의 순환 함정을 넘어, 지속 가능한 진화로
-
5
[부음]신수현 GNS매니지먼트 대표 부친상
-
6
[기고] '투명한 재앙' 물류센터 '비닐 랩' 걷어내야 할 때
-
7
[전문가기고] SMR 특별법 통과, 승부는 '적기 공급'에서 난다
-
8
[부음] 이영재(한국거래소 코넥스시장운영팀장)씨 별세
-
9
[부음] 주성식(아시아투데이 부국장·전국부장)씨 모친상
-
10
[부음] 최윤범(프로야구 전 해태 타이거즈 단장)씨 별세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