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신화를 창조한다](2)이원술 손노리 사장

 이원술(32) 손노리 사장은 ‘꾼’이다.

게임에 대한 열정도 그렇고 사람을 사귀는 방법도 그렇다. 지금은 어엿한 개발사로 커진 손노리를 지난 92년 친구 몇명과 결성한 이후 13년째 매달려 온 것도 이 꾼 기질과 연관돼 있다. 당시 손노리팀에 의기투합한 친구 가운데 하나가 골프게임 ‘팡야’를 만든 엔트리브 서관희 이사다.

주변에서 ‘인간 이원술’을 게임과 등치시키는 이유도 그의 곰삭은 이력과 꾸준함 때문이다. 지금 그는 자신의 혼이 고스란히 담긴 ‘게임다운’ 게임을 내놓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올 봄 데모버전을 내놓을 예정이라는 그는 이 게임이 만약 성공하지 못하면 “자신에 굉장히 실망할 것”이라는 의미있는 말을 했다. 그는 “솔직히 지금까지 많은 게임을 발표했지만 매번 승부를 건 것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이번 만큼은 게임개발자로서 승부를 걸고싶을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술사장은 게임업계에 알려진 이름값 만큼 ‘돈’을 벌지는 못했다. 돈을 피해가기라도 하듯 흥행하고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몇 년 늦게 출발한 기업들이 벌써 수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할 때 그는 여전히 ‘주린’ 개발자를 이끌며 일에 파묻혀 있어야했다. 그래서 그의 눈빛에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오기’가 남아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누구라고 인기게임을 만들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 욕심 때문에 몸서리가 쳐질 정도지만 결국 사람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으니 책임은 내게 있는 것”이라며 겸손해 한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이런 그의 인생을 ‘약지가 못했다’는 말로 정리한다.

게임으로 일관해 온 그였지만 곡절과 고민 만큼은 남달랐다. 지난 98년 팀 수준이던 손노리를 법인화하면서 그는 개발자에 CEO란 역할까지 떠안아야 했다. 그 이전에는 게임개발에만 몰두하면 됐던 것을, 작품과 동료의 운명을 함께 책임져야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이런 배경이 바로 그가 게임다운 게임을 내놓지 못한 이유라면 이유다.

이 사장은 “이제는 개발자로서 불려지는게 두렵기도 하다”며 “새로 나올 게임이 내 개발자 인생의 새출발이자 향후 20∼30년 동안의 내 모습을 결정지을 것이란 점에서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어떤 매체보다 감정이입이 강한 게임을 놓고, 지금 그는 세상과 씨름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바보라고 하더라도,그들을 게임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그는 지금도 믿고 있다. 새 출발선에 선 이원술. 짧은 머리에 멋을 부린 듯 아로새긴 V자가 게임인생의 승리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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