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지상파DTV 이동수신 확보라는 정책 목표를 기반으로 내놓은 ‘사업자 구도 및 채널구성 기본 방향’은 모두 지상파DTV의 재송신을 강제하고 있다. 재송신은 현행 방송법 규정대로라면 방송편성 변경이 없는 동시 또는 이시 재송신을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지상파DMB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서울·수도권의 6개 지상파TV를 그대로 재송신해야 한다.
◇지상파DTV 방식 4자 합의문=지난 7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노성대 방송위원장, 정연주 KBS 사장, 신학림 전국언론노조위원장 4인은 수년간 논란이 돼온 지상파DTV 전송 방식에 대해 기존 미국 ATSC 방식을 고수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유럽의 DVB-H에 대한 도입 여부를 검토해 타당할 경우 신규 서비스 또는 지상파TV 재송신 등의 매체 성격을 규정한다고 합의했다. 3쪽짜리 합의문 어디에도 지상파DMB를 지상파DTV 이동수신용이나 재송신용으로 규정한다고 언급한 부분은 없다.
업계는 방송위가 지상파DMB 선정방안의 정책 목표로 ‘지상파DTV 이동수신 확보’를 왜 적시했는지 의문을 표시한다. 미국식 이동수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상파DMB를 이동수신 확보용으로 정책 목표를 삼은 사실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더라도 방송편성 변경 없는 재송신을 강제한 정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4자 합의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4인은 미국 방식 고수를 합의함과 동시에 지상파DTV의 이동수신을 위해 지상파DMB나 DVB―H 도입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문제는 지상파DTV 이동수신용이 재송신일 필요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시청자에게 양질의 지상파DTV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기회만 제공하면 충분하다. 지상파TV 사업자들 역시 지상파DMB를 지상파DTV 재송신용으로 활용한다면 장기적인 매체 성공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김호경 MBC 부장이 공청회에서 ‘지상파DTV 이동수신 확보’ 의미를 재송신으로 제한해 생각하지 말고 지상파TV 프로그램 활용이라는 광의적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선상이다.
◇유연한 지상파TV 재송신 정책=서울·수도권 6개 지상파TV를 6개 지상파DMB 멀티플렉스 사업자가 모두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비지상파TV 사업자에게도 재송신을 강제하는 것은 신규 서비스로서의 매체 성격을 퇴색시킬 수 있다. 충분한 주파수 확보가 가능하지 않다면 현재로서는 지상파TV 프로그램의 적절한 활용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다. 지상파 사업자까지 꺼리는 재송신에 집착할 이유가 전혀 없다.
위성DMB도 마찬가지. 지상파DMB건 위성DMB건 이동방송에서 재편성하지 않은 지상파TV 채널은 시청자의 외면을 초래한다. DMB에서 지상파TV 채널은 필요한 부분의 동시 재송신을 최소 비율로 정해 규제하고 나머지 시간에 재편성 프로그램이나 신규 제작 프로그램을 사업자 자율로 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
◇전국 서비스 지연도 한계=전국 서비스가 가능한 위성DMB에 비해 지역별 사업자로 나뉘는 지상파DMB는 큰 한계를 갖는다. 4자 합의문조차 지상파TV의 이동수신에 대해 ‘사업자 선정과 도입 시기, 주파수 배정 등 추진 과정에서 수도권 방송사업자와 지역 방송사업자 간 차별이 없도록 추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최근 노성대 방송위원장이 진대제 정통부 장관과 만나 추가 주파수 확보에 대해 ‘아날로그 주파수 회수 때에나 가능하다’는 답변만을 듣고 온 것은 실망스럽다. 방송위가 재송신에 집착하기보다는 오히려 지역에서의 지상파DMB 서비스를 위해 추가 주파수 확보에 더 관심을 보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병수기자@전자신문, bj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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