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디지털]국내기업Ⅱ-통신: 업그레이드 수요가 몰려온다

 정보통신 기업들이 벤처붐 이후 또 한번의 비상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도입했던 장비의 업그레이드 주기가 돌아온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단계 넘어선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새시스템·솔루션 도입의 필요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통신·방송·금융 등 통합환경, 이른바 새로운 컨버전스시대의 도래에 따른 기대감이 높다. 업계는 이 때문에 그동안 내실을 다져온 업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IT 경기의 회복세가 꾸준히 점쳐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만 유독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일본·중국 등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기업과 개발도상국의 기업들이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있어 조만간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기류가 상륙할 것”으로 기대했다.

 우선, 초고속인터넷 부문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xDSL의 경우 ADSL서 VDSL로의 자리바꿈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미 일부 통신사업자는 VDSL 장비를 구매했거나 도입을 추진중이다. 광대역통합망(BcN)으로 대변되는 차세대네트워크 구축도 가시화하고 있다. 시범사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차세대네트워크 사업이 본격화하면 네트워크장비의 도입 규모도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통신보안 분야도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네트워크단에서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범국가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공공기관과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까지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의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파이오링크·라드웨어코리아 등 레이어7(L7) 스위치업체들은 이 같은 수요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 같은 통신부문 보안 솔루션의 도입이 산업 전 부문서 러시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화(VoIP)의 도입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인터넷프로토콜(IP)을 기반으로 한 VoIP의 이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IP 콜센터의 도입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형 금융사를 중심으로 파급되고 있는 이 같은 현상은 국내 IT 경기가 풀릴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동통신 솔루션 부문의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 솔루션업체들은 자체 확보한 원천기술을 앞세워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의 업체들로부터 로열티 수입을 올리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아예 이 같은 성과를 앞세워 세계적인 통신사업자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전에 나섰다. 중국·일본·유럽·북미 등은 물론 중동과 중앙아시아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해외시장이 주 타깃이다. xDSL 업체들은 이미 일본 VDSL 시장에 진출, 혁혁한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50Mbps급 장비에 이어 100Mbps급 장비의 공급전에 나서 기세를 올렸다. 다국적 기업들과 국내 시장을 놓고 겨뤄온 토종 네트워크 보안 업체들의 해외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동통신 솔루션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중견 통신서비스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법정관리 등 아직 극복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기는 하지만 투자유치에 힘쓰는 한편 내실 확보에 진력하고 있다. 두루넷·온세통신 등이 대표적이다. 두 사업자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이탈을 막고 신규 가입자 확보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MSO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하지만 통신장비·솔루션·서비스 부문의 중견·중소기업의 앞날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아직은 국내 IT경기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고, 아직은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새로운 수요처 발굴, 새 수익모델 발굴, 새로운 경영기법 개발, 새로운 해외진출 전략 수립 등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부상하고 있는 기업들은 모두 기술력이나 기업경영 측면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업경영환경과 기술발전 추세 등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사업다각화나 새 수익모델 개발, 기술력 확보, 전문인력 확보 등 새로운 기업경영 환경의 도래를 미리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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