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IC카드 `32kB 딜레마`

10월부터 발급되는 모든 마그네틱 현금 및 신용카드를 스마트카드로 전환할 예정인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주요은행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모든 마그네틱 현금카드·신용카드를 다기능 스마트카드로 전환할 예정이지만 세계 신용카드 업계의 공동 표준인 EMV(Europay, Mastercard, Visa) 인증을 받은 32 용량의 하이엔드 제품 칩은 내년 초에나 필립스에서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당초 일정을 따르자면 16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이 경우 국내에서만 사용되는 절름발이 스마트가 될 수밖에 없어 속을 썩이고 있다.

 ◇은행권 32 고집 배경=금융권 처음으로 금융IC카드 공급입찰을 실시, 에스원을 공급업체로 선정한 농협의 경우 용량이 4 다. 그러나 이 같은 용량은 현금카드 등 일부 기능만 탑재할 수 있고 공인인증서·신용카드·전자화폐 등의 타 기능의 탑재는 불가능하다.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타 은행들은 이러한 기능을 모두 담기 위해 최소 32 는 돼야 한다는 중론이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16 도 고려되고 있지만 향후 확장성을 검토해 볼때 다소 어정쩡하다”며 “카드의 다기능화로 인해 32 는 돼야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MV승인 제품은 내년 초에나=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32 의 경우 아직 EMV인증을 받은 제품이 없다는 것이 은행권의 고민이다. 신용카드가 스마트카드에 탑재돼 해외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EMV인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내년 초에 필립스에서 EMV인증제품이 나올 예정이어서 10월 의무 발급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EMV인증을 받은 16 나 EMV 미승인 32 의 제품 사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다기능성과 해외사용 기능 가운데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한 것이다.

 ◇우선 로컬용만 발급키로=국민은행의 경우 신용카드 기능을 국내에서만 사용하는 로컬용으로 잡고 EMV미승인 32 제품을 발급받기로 방침을 정했다. 우리·신한·하나 등도 다기능성은 포기할 수 없다며 국민은행과 같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경우 EMV미승인 카드라도 우선 EMV표준에 맞춰 설계, 제작하고 추후에 승인을 받아도 별 문제가 없는지를 비자(Visa)사에 문의했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다음주 중에 명확한 방침을 내리고 RFP를 솔루션업체에 발송할 계획”이라며 “일정에 쫓기고 있기 때문에 신용카드 기능은 다소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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