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이라크가 위치한 지역은 세계 3대 문명 발상지의 하나다. 티크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에 위치한 옥토에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꽃을 피웠다. 셈계 유목민 아모르인이 기원전 1830년경 유프라테스강 하류 지역에 바빌론이라는 도시를 세웠다. 고 바빌로니아 왕국의 여섯번째 왕인 함무라비 왕 치세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메소포타미아의 패권을 차지한 함무라비 왕은 당시의 관습법과 성문법 등을 집대성해 함무라비 법전을 편찬했다. 오늘날 보복의 논리적 근거로 널리 인용되는 ‘눈에는 눈’이라는 조항이 가장 먼저 명문화된 것도 바로 이 함무라비 법전이다. 높이 2.5m, 둘레 1.8m인 이 돌기둥 법전에는 ‘다른 사람의 눈을 상하게 하면 그의 눈도 상하게 한다’ ‘뼈를 부러뜨린 자는 그 뼈를 부러뜨린다’ 등과 같은 동해복수(同害復讐) 조항으로 가득 차 있다.
그로부터 1700여년이 흐른 지금의 이스라엘 땅 조그만 산위에서 예수는 함무라비 법전의 보복주의를 사랑으로 극복하라고 가르친다. 이른바 산상수훈(山上垂訓) 설교에서 예수는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자를 대적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 원수도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이슬람 무장세력이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에 대한 복수로 미국인을 참수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돼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은 더욱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눈에는 눈, 죽음에는 죽음으로 이어지는 피의 복수가 공표된 셈이다. 배우 멜 깁슨이 제작과 각본, 감독을 맡은 화제작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예수가 십자가를 메고 과거의 산상수훈 장면을 회상할 때 전해지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다시금 각인된다.
함무라비 법전과 산상수훈의 댓귀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헌법재판소는 14일 10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최종 선고를 내린다. 헌재의 결정이 어떻든 간에 정치적인 보복보다는 상생의 정치를 펴라는 것이 산상수훈이 주는 교훈이자 해답이다.
<이창희 컴퓨터산업부 차장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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