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파 네티즌 `반품`에 반했다
백화점보다는 할인점을 찾고, 이 중에도 ‘1000원 경매’니 ‘1+1’이니 하는 이벤트로 눈이 가는 때다. 제 값 주고 물건사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주머니 사정이 좀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이런 현상이 더해지는 분위기다. 최근 들어 반품·리퍼브·중고매장이 상종가를 달리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불황일수록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반품매장이나 리퍼브매장, 중고매장은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하려는 ‘실속파’에게는 그만인 공간이다. 최근에는 이런 매장들만 찾아다니는 ‘마니아’까지 생겨날 만큼 사회적인 이슈로 번지고 있다.
반품상품은 제품에 이상은 없지만 구매자의 마음이 바뀌어 반품된 것으로 포장이 훼손됐기 때문에 재판매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성능상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리퍼브 제품은 ‘Refurbished’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출고시에 하자가 있었던 제품을 손질해서 내놓거나 새로 포장해서 정품보다 싸게 파는 재공급품을 말한다. 미국과 같이 반품제도가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착된 상거래 방식으로 대형 유통매장에 아예 ‘리퍼브 코너’가 마련돼 있을 정도다. 이들은 새것과 거의 차이가 없으면서 30∼40% 가량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가장 쉬우면서도 안전하게 이들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은 온라인 구매다. 반품 수거 업체나 제조사와 제휴, 공개적인 경로를 통해 물건을 수급하기 때문에 AS도 명확하고 매매보호서비스 등 구매자를 보호해 주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널리 알려져 있는 사이트로는 반품닷컴(www.vanpum.com) 마이마진(www.mymargin.com) 유니즈(www.uniz.co.kr) TG랜드(www.tgland.com) 리퍼브샵(www.refrubshop.co.kr) 우리홈쇼핑(www.woori.com) 메이트마트(www.matemart.co.kr) 등이 있다. 특히 메이트마트는 가전 전문 쇼핑몰로 개포동에 오프라인 매장도 갖고 있으며 리퍼브샵은 영상음향(오디오) 기기를, 유니즈는 컴퓨터 관련 제품을 구입하는데 효과적이다.
반품?리퍼브상품과 함께 최근에는 전시용품이나 홈쇼핑 시연제품도 인기다. 전시상품은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진열됐거나 시연에 쓰였던 제품으로 의류, 잡화를 비롯해 스포츠용품, 선풍기 히터, 가구 등이 주종을 이룬다. 특히 러닝머신같은 스포츠용품은 홈쇼핑에서 한 두 번 시연했을 뿐, 새 제품이나 다름없어 권할 만 하다. 시연용품을 판매하는 대표적인 사이트는 옥션(www.auction.co.kr)으로 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이외 새 제품은 아니지만 중고상품들도 잘만 고르면 효과만점을 기대할 수 있다. PC 주변기기로는 용산쇼핑(used.proline.co.kr)과 컴코디(www.comcody.com)가 유명하며, 패션명품이나 의류?잡화, 유아?아동용품은 중고아울렛(www.4949.co.kr)을 활용하면 좋다. 특히 중고아울렛은 분당구 이매동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직접 방문해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하지만 구입에 앞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제품에 하자가 없는 한 반품이 불가능한 데다, 수량이 한정돼 있어 추가 상품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동일 상품 구매자들이 남긴 상품평이나 MD들의 테스트 구매기를 꼼꼼히 살피는 것은 기본이고, 각 사이트마다 가격차가 심한 만큼 가격비교도 필수다. 아울러 반품 상태에 대한 정확히 문의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조언하고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인터뷰: 김종필 유니즈유통 사장
"반품과 재고·이월 상품 등 흔히 이야기하는 ‘B자’ 상품 만을 위한 시장이 필요합니다. 경기 불황으로 이들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고 신상품 이상으로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필종 유니즈유통 사장(43)은 지금은 일반화됐지만 국내에 IT 제품 관련 반품을 상품화한 최초의 인물이다. 세진컴퓨터랜드 재직 시절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컴퓨터 매장의 전시 상품, 홈쇼핑의 반품을 모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유통시켜 반품 유통 채널을 개척했다. 지금은 독자적인 반품과 이월 사이트인 ‘유니즈닷컴’을 운영하고 있으며 새로운 유통 채널의 하나인 TV홈쇼핑의 대표 컴퓨터 벤더로 활동하고 있다.
"PC업계에 있는 사람들의 제일 큰 고민의 하나가 반품 혹은 전시 상품의 처리 문제였습니다. 사실 이들 상품은 딱히 결함이 있거나 성능에 문제가 있는 제품이 아닙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찾는 소비자의 성향 때문에 좀처럼 시장에 먹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파격적인 가격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김 사장은 공급자 입장에서는 재고를 처리하고 소비자는 싼 값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고 강조했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의 주머니까지 가벼워져 더욱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이 반품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반품이 많은 홈쇼핑 채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PC와 사무기기를 중심으로 홈쇼핑 벤더로 활동하면서 상품 가지 수를 더욱 확대할 수 있었다.
"아마 PC 관련해서는 처음으로 홈쇼핑 채널에 상품을 올렸을 것입니다. 당시 HP 제품을 취급했는데 홈쇼핑 호황과 맞물려 대박을 맞았습니다. HP PC의 경우 전체 판매율의 50%에 육박할 정도였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IT제품이 홈쇼핑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김 사장은 "소비 패턴이 선진화될 수록 반품 등 알뜰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비즈니스와 홈쇼핑·인터넷 등 새로운 유통 채널이 부각될 것" 이라며 "이를 정책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노력이 정부와 산업계 모두에 필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