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 콘텐츠, 자율규제 VS 타율규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정보통신윤리위원회

 “자정 작업 가능하다”

 “아직은 자율에 맡길 때 아니다”

 무선인터넷개방과 관련, 민간기업들이 본격적인 콘텐츠 자정 장치 마련에 나선 가운데 콘텐츠 심의기관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신규 매체에 대한 사후 심의를 강화하고 나서 기업의 자율규제와 정부의 타율규제 논리가 충돌 일보 직전에 놓였다. 이에 따라 인터넷 산업 발전과 정보통신윤리 확립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균형있게 실현해야 한다는 해묵은 명제가 인터넷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기업, ‘자율규제 이제부터’=인터넷 업계는 자율 규제 시스템 도입이 무선 인터넷 시장의 ‘파이 키우기’에 일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허진호)는 최근 이사회에서 무선망 개방에 따른 콘텐츠 유해물 자율 규제 기구의 성격을 띤 세이프인터넷센터(SIC) 설립안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 무선인터넷 콘텐츠 사전 심의 기관인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KIBA 회장 김근태)도 최근 현행 사전 심의 시스템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성인용 및 사행성 콘텐츠를 제외한 사실상 대부분의 무선 콘텐츠에 대해 기업의 자발적인 필터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KIBA의 자율심의원회는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심의 완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자율규제는 안된다’=이처럼 콘텐츠 제공 주체들이 자율규제를 부르짖고 있으나 콘텐츠 내용 규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신규 무선 콘텐츠에 대한 타율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윤리위는 올들어 060 성인 폰팅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경고 조치를 내린데 이어 최근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무선 인터넷 성인용 만화에 대한 조사 작업을 진행, 내용삭제·제목경고 등 시정 조치를 내렸다.

 이번 조치는 SK텔레콤의 ‘준’과 ‘네이트’, LG텔레콤의 ‘ez-i’, KTF의 ‘매직엔’ 등 무선포털을 통해 제공되는 음란 만화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특히 이번 심의를 계기로 ‘무선 성인 만화 내부 심의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였다. 윤리위는 무선 인터넷이나 전화 정보 서비스 등을 통해 드러나는 새로운 형태의 유해 콘텐츠에 대해 사안별로 집중 단속은 물론 심의 장치를 마련해나간다는 방침이다.

 ◇ ‘대립’보다 ‘조율’ 바람직=무선 인터넷 시장이 이제 막 형성 단계에 있는 만큼 기업의 자정 노력과 정부의 규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대두됐다. 인터넷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윤리위의 타율규제 강화가 유선 인터넷 콘텐츠 내용 심의에 대한 기득권을 무선 부문에서도 유지하기 위한 일환이어서는 곤란할 것”이라며 “관련부처인 정통부도 인터넷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부서와 무선 인터넷망 개방 정책 수립 부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담당 부서간 조율 작업을 거쳐 현 시점에 적합한 안을 도출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위 측은 “인터넷 산업이 단시일내 급속도로 발전한 결과 산업 논리에 치우쳐 유해 콘텐츠 유통으로 인한 사회 문화적 영향에 대한 고찰은 미성숙한 상황”이라며 “콘텐츠 단속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보다 생산적인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속히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무선망 개방 담당 부서가 주축이 돼 기업들이 제시한 자율 규제 시스템 도입 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중”이라며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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