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경영’이 다시 화두다. 지난 해가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지 10주년을 맞기 때문이다. 때 맞춰 이건희 회장과 삼성의 경영 성과를 분석한 다양한 서적과 리포트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회장의 경영 철학과 그동안 삼성을 이끌면서 임직원에게 강조했던 말들은 모두 경영 어록으로 정리돼 일반인에게 소개되고 있다.
이미 신문 지상에 신경영과 관련한 숱한 에피소드가 나왔지만 특히 주목을 끄는 상품 혹은 시장과 관련한 이 회장의 ‘현상과 본질론’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 계열 사장단에게 누차 강조했던 점이 시장의 본질을 파악하라는 주문이었다. 이는 최소한 그 업종의 대표라면 단지 겉모습과 보지 말고 내면을 읽을 수 있는 ‘프로’가 되라는 부탁이었다.
실례로 신라호텔을 맡은 임원을 첫 만나는 자리에서 호텔 시장의 본질은 무엇이냐고 대뜸 물어 봤다는 것이다. 이에 담당 임원은 자신있게 ‘서비스’라고 답했지만 이 회장은 한 달 기간을 주며 다시 연구해 보라고 조언했다. 일본과 유럽 호텔을 돌며 그 임원이 내린 결론은 바로 호텔 사업은 부동산 업이라는 결론이었다. 그 만큼 호텔 비즈니스의 성패는 지리적인 위치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호텔 뿐 아니라 반도체와 가전 시장과 관련해서도 나름의 ‘본질론’을 펼쳤다. 먼저 반도체는 철저한 시간 산업이라고 결론 지었다. 그 만큼 남들보다 시장을 먼저 점유하고 기술을 선점하는 길이 성공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가전 시장의 본질과 관련해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 이 회장은 가전은 조립업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때문에 가전 산업은 값 싼 비용으로 부품을 조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삼성이 협력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강조한 것도 여기에 연유한다.
올해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시장에서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내수 시장의 바로미터인 가전과 서비스 업종은 여전히 수요가 살아 나지 않아 관련 업계에서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수 진작을 위해 다양한 정책 방안이 제시되었지만 시장에서의 ‘약발’은 먹히지 않고 있다. 혹시 우리가 시장 침체와 경기 불황의 ‘본질’을 놓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자뭇 궁금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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