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의미

 13일 단행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향후 윤종용 부회장 체제에 대한 세대교체의 신호탄이자 명실상부하게 수익우선에 기반한 본격적인 글로벌 톱 경영체제를 예고하는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윤우 반도체(DNS) 총괄의 현업 퇴진과 황창규, 이상완, 최지성 등 신 3인방의 전면배치다.

 사장단중 가장 연배가 높은 이윤우 사장이 현업에서 물러남에 따라 삼성전자 총괄사장단은 모두 50대 중초반으로 물갈이가 이뤄졌다. 정보통신의 이기태 사장(55), 반도체의 황창규 사장(50), LCD의 이상완 사장(53), 디지털미디어(DM) 최지성 사장(52) 등 50대 중초반의 젊은 사장단으로 꾸려진 것이다.

 이는 CEO인 윤종용 부회장을 제외하고는 삼성전자 주력 부대의 완전한 세대교체를 의미하며 윤 부회장 이후를 이끌어갈 인물이 사실상 이들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이들 4명의 사장은 모두 확실한 글로벌 톱을 일궈낸 인물들로 이들의 전면배치는 삼성전자가 명실상부하게 글로벌 톱 경영체제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이기태 사장은 삼성전자를 글로벌 브랜드로 올려놓은 일등공신임을 자타가 인정한다. 반도체 총괄을 맡은 황창규 사장은 사실상 반도체 신화의 주역이자 최근 플래시메모리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창출한 동시에 인텔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려놓았다.

 LCD 총괄의 이상완 사장은 무에서 유를 창출한 또다른 신화의 주인공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샤프 등 기라성 같은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LCD를 세계 최고의 반석에 올려놓았을 뿐 아니라 올해 20%에 가까운 수익률과 100억달러를 바라보는 매출로 휴대폰과 메모리에 이어 LCD를 삼성전자의 3대 포트폴리오로 만들어냈다. LCD의 총괄조직 독립은 그의 이같은 공을 인정한 것과 동시에 LG필립스LCD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이 분야를 명실상부한 톱으로 만들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LCD사업이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독립사업체제로 분리시켜 투자·사업전략 등 경영 의사결정의 속도를 단축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미디어(DM) 최지성 사장은 소니를 제치고 TV와 모니터 등 영상분야를 글로벌 톱으로 올려놓아 말그대로 뉴스타로 부상했다. 영상에 이어 프린터를 세계 1위의 캐시카우로 육성중인 최 사장을 통해 삼성의 최대 약점이었던 디지털미디어 사업을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삼아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윤 부회장이 생활가전(DA) 총괄을 겸임한 것은 삼성전자의 아킬레스건인 이 분야까지도 글로벌 톱으로 만들어놓겠다는 의지가 베어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이번 인사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이윤우 부회장과 임형규 사장의 향후 행보다. 이윤우 부회장은 비록 일선에서는 물러났으나 삼성종합기술원과 대외협력을 맡아 삼성전자를 여전히 기술중심의 지속성장기업으로, 또 글로벌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공고히 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스템LSI사업을 맡아온 임형규 사장의 CTO 취임은 취약한 비메모리의 R&D에 집중해 이를 삼성전자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만드는 동시에 휴대폰, 디지털TV, 컴퓨터 등 세트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연결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포스트 윤 체제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안개속에 묻어두었다. 이는 삼성의 향후 승계구도가 명확해질 때까지는 어느 누구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주기보다 상호 경쟁을 유도, 성장의 또다른 힘으로 삼겠다는 그룹의 의도로 보인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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