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전자 부품의 ‘공급 부족(쇼티지)’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올 초부터 시작된 낸드 플래시메모리는 물론이고 디지털카메라용 소자(CCD), 액정디스플레이(LCD·PDP) 패널, 콘덴서(MLCC)에 이르기까지 ‘구득난’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메모리나 연성PCB 조차 상황이 비슷해지고 있다.
제때 물량을 공급받지 못하면 중소 제조업체나 유통업체가 비상이 걸린다.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양산에 나서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주문부터 납기까지의 기간이 매 월 길어지고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커지면서 시장 가격까지도 흔들릴 태세다.
일부에서는 이를 ‘경기의 청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호황세가 본격 진행되면서 선행 지표인 중소기업 시설 투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부자재 격인 부품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만으로 본다면 반가운 소식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는 시각은 ‘180도’ 다르다. 지난 해 말부터 쇼티지가 발생한 이후 오히려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품목과 부족량이 확대되는 것은 제조업체의 재고 물량과 재고 기간의 단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전에는 평균 6개월 정도에, 현 수요의 상당 분을 예측해 스탁(재고)을 가져갔으나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비용 부담을 이유로 재고 기간을 단축하면서 발생한 일종의 ‘악성 쇼티지’라고 불안해하고 있다.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쇼티지는 제조회사가 아직도 경기를 불안하게 보고 있는 결과”라며 “제조업체가 생산과 재고 계획을 새로 수립하지 않는 한 공급 부족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생산과 유통의 ‘악순환’ 구조가 만성화되면 쇼티지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다. 생산 구조의 인프라 격인 전자 부품의 수급이 불안하면 당연히 제조와 서비스 업종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적극적인 정책 방안을 내놔야 한다. 쇼티지 문제가 길어지면 길어 질수록 결국 멍드는 것은 우리 경제의 주축인 산업계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경제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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