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도 처리된 초고속인터넷장비업체 현대네트웍스의 책임 논란이 장기성 대표(부회장)와 임직원들간 법정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최종 부도후 장 부회장과 회사 정상화 및 퇴직금·임금 결산 문제를 놓고 협의를 벌여온 노동조합이 장 부회장의 부도 책임 시비를 가려달라는 진정서를 지난주 청와대에 제출했다.
노조측은 장 대표가 지난해말 하이닉스로부터 현대네트웍스를 인수할 당시와 지난 8월 현대네트웍스의 각자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융통어음을 남발, 회사를 부도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 대표측은 종업원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 ‘융통어음은 모두 회사 정상화 및 신규 사업을 위해 쓰였으며 상반기 유동성 고갈, 하반기 신규사업 실패 등으로 부도를 맞게 됐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임직원 모두 함께 최적의 대안을 찾아보자’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01년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에서 분사한 현대네트웍스가 제대로 날개짓 한번 하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 현대네트웍스가 올들어 VDSL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며 옛 ‘현대가(家)’의 명성을 되찾으려했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안타깝다.
그렇기에 만에 하나라도 경영진의 무책임한 투자로 인해 현대네트웍스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면 현 경영진은 반드시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장 대표는 현대네트웍스의 대표인 동시에 지난 8월 주식 스와핑을 통해 현대네트웍스의 최대주주로 부상한 일륭텔레시스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투자회사 알엠솔루션의 대표이사기도 하다. 따라서 장 대표의 행동은 비단 현대네트웍스뿐 아니라 일륭텔레시스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미 일륭텔레시스는 현대네트웍스의 불똥이 자사에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자칫 한 개인의 무리한 투자욕으로 애꿎은 통신장비개발업체가 낭패를 봐서는 안될 일이다. 장 대표의 보다 책임있는 행동을 기대해본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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