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의 번호이동성이란 이동통신 사업자를 변경할 경우에도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는 서비스다. 지금까지 이동통신 사업자를 변경할 경우 전화번호를 바꿔야 했다. SKT에서 KTF로 사업자를 변경할 경우 011로 시작하는 번호 대신에 016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번호를 변경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내년 1월부터 단계적인 번호이동성을 도입하면서 이러한 불편함이 사라진다.
영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이동통신 번호이동성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와 문화가 유사한 홍콩의 경우 1999년 3월에 번호이동성을 도입한 이후 년간 사업자 이동율이 20.6%에 이를 정도로 활성화했다. 미국,일본 등도 국가적 사업으로 번호이동성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변경하지 않아도 되므로 번호이동성을 반긴다. 그러나 통신사업자로선 경쟁이 치열해질 뿐 아니라,신규 시스템 구축, 기존 교환기 변경 등 투자 부담이 커 지금까지 번호이동성 도입의 발목을 잡아 왔다.
번호이동성은 크게 착신전환과 지능망 방식으로 나뉜다. 국내 시내전화번호 이동성은 구현이 비교적 용이한 착신전환 방식을, 이동전화 번호 이동성은 통신사업자 망의 적잖은 변화가 요구되는 지능망 방식이 각각 채택돼 있다.
착신전환 방식은 착신과정에서 통화로를 점유하고 호처리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등 번호자원을 낭비하는 단점이 있어 번호 이동이 잦은 환경에선 적합하지 않다.
지능망 방식은 구현 방법에 따라 QoR(Query On Release)과 ACQ(All Call Query) 방식으로 나뉘는데 국내에선 QoR 방식을 국가 표준으로 채택했지만 번호이동성이 활성화되면 모든 호를 정상적 절차로 처리하되, 번호이동 가입자의 호처리만 특별히 처리하는 ACQ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QoR 방식은 번호이동 가입자인 경우는 원 착신교환기가 발신교환기로 번호를 이동했음을 알리고 NPDB시스템에서 해당 가입자의 착신정보를 알아내어 최종 착신교환기로 호처리 요구를 진행한다. 따라서 QoR 방식은 번호이동성의 도입 초기에 적합하다.
ACQ 방식은 모든 호를 NPDB 시스템과 연동한다. 번호이동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번호이동성 정착단계에 적합하다. QoR 방식에서도 쉽게 진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번호이동이 활발해지면 QoR 방식 대신 ACQ 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복잡한 내용으로 설명했지만 앞으로 번호이동성을 제공하려면 국가 차원의 중립기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번호는 그대로 둔 채 통신사업자를 변경해야 해 사업자간의 조율과 중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이 역할을 맡았다. 통신사업자연합회는 소비자의 번호이동 요구를 수집하여 각 사업자에 전달하며 사업자를 중재 및 감독한다.
KTF와 같은 통신회사의 경우 번호이동성의 NPDB 시스템등을 제공받아 개발 확인시험을 마쳐 놓고 있다.
초당 수천여 개 이상의 호처리 요구를 처리하는 NPDB시스템으로 향후 ACQ 방식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현 CDMA 네트워크는 물론 올 연말부터 서비스 예정인 제3세대 이동통신인 WCDMA 네트워크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텔코웨어,헤리트 등도 SKT, LGT, KT 등과 NPDB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11월 중에 통신사업자간 연동 시험이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번호이동성은 지금까지 통신사업자의 소유로 인식된 ‘번호자원’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올해 시내전화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이동전화의 번호이동성은 통신사업자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통신사업자는 단순한 번호마케팅에서 벗어나 진정한 서비스 품질 경쟁을 벌일 것이다.이 경쟁에서의 진정한 승자는 소비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인프라밸리 문양세 연구기획실장 ysmoon@infraval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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